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 튀르키예 대통령이 4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야권 단일 후보와 힘겨운 접전 양상을 보이며 20년 집권 기간에서 최대 고비를 맞았다. 그가 2003년 총리 취임 때 시작해 장기 집권으로 다진 기반을 토대로 이번에 재선에 성공하면 헌법 조항에 따라 2033년까지 거의 ‘종신 집권’이 보장된다. 하지만 이슬람 원리주의를 앞세운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비판 여론에 최악의 경제난, 2월 대지진 당시 대응 실패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10일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튀르키예 대선전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6개 야당 단일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두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40%대의 지지율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클르츠다로을루가 과반에는 못 미치지만 에르도안을 약간 앞서고 있으며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고 전했다. 튀르키예는 14일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8일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에 들어간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이슈는 경제난이다. 튀르키예 경제성장률은 2021년 11.4%에서 지난해 5.6%로 쪼그라들었으며 올해는 2.8%로 다시 반토막날 것으로 예상된다. 2월 대지진으로 성장률이 최대 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에르도안은 정년 요건 폐지로 조기 연금 수령을 가능하게 하고 수입 농산물 관세를 인상하는 등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냈다. 대선이 치러지는 이달은 아예 한 달간 가정용 가스를 무상 공급하기로 했다.
클로츠다로을루 후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과 경제 실정을 집중 비판하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회복하고 현재의 비정통적 경제정책 철폐를 약속했다. 의회민주주의 복원, 언론의 자유와 사법기관 독립성 확보도 강조한다. 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처음 투표하는 젊은 층 유권자 530만 명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한다”며 “에르도안이 승리하면 튀르키예는 일종의 독재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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