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자이자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은 간디와 히틀러가 함께 입주해 있는 거주지다. 간디는 존재의 최상의 발현인 자비로움의 모습인 반면 히틀러는 부정적이고 편협한 최악의 존재적 측면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으로 고결함을 빚어낼 수도 있고 비천한 것으로 만들 수도 있는 존재다. 컬렉션에는 그것을 구성하는 이의 마음가짐이 투영된다.
실제로 히틀러는 생전에 그의 소신과 안목이 반영된 하나의 미술품 목록을 작성했다. 그 미술품들로 ‘퇴폐 미술’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미술품 목록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 1937년 드레스덴에서 있었다. 그 도시에서 만난 한 명의 화가 때문에 히틀러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그 화가가 오토 딕스였으니 정작 개탄스러운 것은 이 독재자의 편협하고 위험천만한 안목이었던 셈이다.
딕스는 빈자(貧者)와 상이군인들의 고통에 집중했다. ‘카드놀이를 하는 상이군인들’에서 그들은 전쟁으로 잃은 손 대신 발로 카드놀이를 한다. 그들이 하는 스카트는 독일의 무기 제조 업체 크룹스에 대한 신랄한 풍자다. 진실과 양심으로 견인되는 미학, 이 점에서 딕스에 필적할 다른 독일 작가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미술품 컬렉션은 누군가에게는 모두의 몫일 수 없는 행운을 과시하거나 콤플렉스를 해소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치를 실현하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열정의 분출일 수도 있고 괴짜의 즐거운 모험일 수도 있다.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그것이 행위 주체의 마음가짐이 투영된 지적 구성물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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