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결국 자신의 삶을 쓰는 자서전이에요. 유명인만 자서전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독자들이 읽을 글을 써야 하죠. 그래서 ‘오토픽션’이라는 형식을 이용합니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최근 출간된 소설 ‘중급 한국어’의 작가 문지혁은 2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소설을 읽어보면 다소 어리둥절하다. 저자는 문지혁인 데 소설 속 주인공도 ‘문지혁’이다. 문 작가는 미국 유학을 다녀온 강시이고 소설 주인공도 그렇다. 어떤 내용까지가 실제 이야기고 어디가 허구인지 저자에게 계속 묻게 된다. 문 작가는 “제 개인에 관한 것은 사실이 많고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허구”라고 말한다. 소설 ‘중급 한국어’는 등단하지 못한 작가이자 비정규직 강사인 주인공이 학생들의 문학수업 및 어린 딸의 우리말 공부를 하는 과정을 우리 삶에 비유하고 있다.
그러면 왜 이런 글을 쓰게 될까. 이런 형식을 ‘오토픽션(autofiction)’이라고 하는데 물론 그가 창안한 것은 아니다. 오토픽션은 자서전 형식으로 내용을 풀어가지만 실제 자서전이나 자전적 소설은 아니고 내용들은 진실과 허구 사이에 있다. 노르웨이의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가 대표적인 오토픽션 작가이고 국내에서도 박완서 등이 이런 형식을 많이 활용했다.
문 작가는 “현재 유튜브나 영화, 게임 등이 우리가 보는 대부분이잖아요. 활자로 된 문학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들었죠”라며 “소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중이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작가가 스스로 1인칭으로 이야기하면서 카메라로 보는 것 같은 3인칭이 아니라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스토리로서 소설만의 매력을 찾다 보니 오토픽션이라는 형식을 생각했죠. 어떤 의미에서 소설의 미래는 오토픽션에 달려 있을 수 있어요”라고 주장했다.
그의 소설의 내용이 연결된 것도 특징이다. 일단 2020년에 출간됐으며 작가의 미국 생활을 이야기한 ‘초급 한국어’는 이번 ‘중급 한국어’의 전작이다. 등장인물도 그대로다. ‘중급 한국어’의 등장인물은 그의 다른 소설에도 등장한다. 즉 이를 테면 미국 영화사 마블의 유니버스 형태를 소설 속에서 구현하는 것 같다.
그는 “문지혁의 소설적 세계관, 유니버스라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계속 만들어낼 생각입니다. 물론 각각을 읽어도 이해가 되고 연결해서 읽으면 더 좋은 내용들로 꾸밀 겁니다”고 설명했다.
문 작가는 지난 2010년 데뷔했는데 ‘비블리온’, ‘체이서’ 등 일종의 장르소설로 분류되는 작품도 내놓았다. 다양한 작품을 쓴 것이 저자의 작품 세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이제 이른바 순수문학, 장르문학 등의 구분 자체가 시대착오적이에요. 웹소설 시장이 순수문학 시장을 훨씬 뛰어넘는 상황입니다. 모든 문학은 장르를 갖고 있죠. 저는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가 되기를 원해요”라고 말했다.
문 작가는 서울대 영어영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했고 미국 뉴욕대에서 인문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예종 등에서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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