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이 20일(현지 시간) 야당이 제출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개혁 법안을 강행하자 이를 향한 야권과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하원 공지에 따르면 의회는 이날 오후 4시께 앞서 17일에 야당이 제출한 두 건의 총리 불신임안에 대해 토론하고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불신임안에는 각각 베르트랑 팡셰르 진보당(PR) 의원 외 90명,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 외 87명이 참여했다.
이는 전날인 16일 보른 총리가 연금 개혁 법안을 바로 입법하기 위해 헌법 제49조 3항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데 맞서 나온 조치다. 연금 개혁 법안을 가결하기 위한 찬성표를 필요한 만큼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자 하원 표결을 건너뛰기로 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 시 총리가 해당 조항을 사용해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 다만 24시간 내로 이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내각 불신임안을 발의해 재적 의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총리 등은 사퇴해야 한다.
외신은 부결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평가한다. 전체 의석인 577석(4석 공석) 가운데 287표를 얻어야 과반수 동의가 이뤄지는데, 야당 가운데 공화당 측은 연금 개혁안에 찬성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급진 좌파부터 극우파 정당까지 야권 전체가 전례없이 뭉쳐야 한다"며 이들이 단결된 전선을 이룰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했다.
한편 16일 마크롱 대통령이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연금 개혁안을 가결하기 위해 '의회 패싱'까지 단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프랑스 전역에서는 3일 연속 돌발 시위가 벌어졌다. 주말 사이 분노한 시위대의 방화와 경찰 당국의 최루탄 사용 등으로 격화하기도 했다.
23일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주요 8개 노동조합의 제9차 시위가 벌어질 전망이다. 교통, 에너지, 정유, 환경미화 부문 등에서는 일부 노조가 지난 7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2018년 노란 조끼 시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에 따르면 9일~16일 이뤄진 여론 조사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월 대비 4%포인트 하락한 28%를 기록했다. 2018년 12월(23%)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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