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16일(현지 시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졌음에도 물가 안정이라는 중앙은행 본래의 목표 달성을 위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다만 ECB가 이례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제시하지 않은 것을 놓고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행보를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준금리 동결이 임박했다는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거론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사진) ECB 총재는 기준금리를 3%에서 3.5%로 인상한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상은 현재의 물가 상승 추이를 감안할 때 반드시 취했어야 할 결정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CB가 이날 제시한 유로존 인플레이션 전망이 2023년 5.3%, 2024년 2.9%로 여전히 목표치(2%)를 웃도는 만큼 물가 안정을 꾀할 필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대두됐지만 이 경우 오히려 금융시장의 불안을 더 부추길 수 있는 만큼 ECB가 당초 예고한 대로 결과를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현 상황에 대한 당혹감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욕망은 (ECB 이사들에게) 빅스텝 단행의 동기를 부여했다”고 전했다. 라가르드 총재도 이날 “현재 은행 시스템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이목은 이날 ECB의 성명에 으레 담기던 향후 기준금리 전망이 제외된 데 집중되고 있다. ECB가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경제 상황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캐서린 니스 PGIM 이코노미스트는 “(포워드가이던스 누락은) ECB가 비둘기파적인 기조로 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가까운 미래에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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