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날로 고조되고 있지만 미국 소비재 기업들 사이에서는 중국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약 14억 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 소비 시장이 팬데믹 완화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양국 규제가 주로 첨단 및 안보 기술을 겨냥해 소비재 기업은 운신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 시간) 미국의 굵직한 식품·의류 기업들이 최근 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 스타벅스는 6000개 수준인 중국 매장을 2025년까지 9000개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 스타벅스의 성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기대감을 드러내며 올 봄에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햄버거 전문 업체 맥도날드는 지난해 중국에서 신규 매장 700개를 낸 데 이어 올해도 점포 900개를 열기로 했다. 파트리스 루베 랄프로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10~12월 전 세계에 낸 55개의 신규 점포 중 대부분이 중국에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스팸 제조사 호멜, 육가공 업체 타이슨, 의류 업체 태피스트리 등이 중국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일련의 투자는 중국의 경제, 특히 소비 부문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5.2%에서 5.5%로 올려 잡으며 소비가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소비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차이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올해 1월 52.9를 기록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넘어섰다. 3월 1일 발표되는 2월 차이신 서비스업 PMI도 시장 예상치(54.1)대로 1월 수치를 상회하면 중국의 소비 회복세가 보다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재 분야가 양국 간 ‘규제 싸움’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이 발표한 대중 수출 규제는 대부분 반도체 같은 첨단 기술에 적용돼 소비재 기업과는 관련성이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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