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칠레 ‘국민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쿠데타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 정권이 들어선 지 12일 만에 독살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망 당시 네루다의 나이는 69세였다.
네루다의 조카인 로돌포 레예스는 13일(현지 시간) 스페인 EEF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삼촌의 뼈에 박테리아인 보툴리누스균이 들어 있을 까닭이 없다”며 “이는 그가 독살됐다는 뜻이며 우리는 당시 국가기관의 작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피노체트 군부는 1973년 9월 11일 쿠데타로 집권한 뒤 네루다가 1969년부터 앓고 있던 전립선암 때문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네루다의 사인 규명을 위해 2017년 구성된 독립 전문가위원회는 그의 어금니에서 독소를 유발하는 보툴리누스균을 찾아냈다. 이 박테리아는 흔히 땅속에서 발견되지만 캐나다와 덴마크 대학교수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 박테리아는 그가 죽기 전에 이미 그의 몸속에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누가 무슨 방법으로 이 독성 박테리아를 네루다의 몸에 주입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레예스는 “범인이 누구인지는 곧 밝혀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네루다가 독살당했고 제삼자가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네루다의 운전수였던 마누엘 아라야는 칠레 군사정부의 비밀 요원이 산티아고의 산타마리아병원 의사로 가장해 네루다의 배에 주사기로 독극물을 주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레예스는 네루다가 죽기 며칠 전 멕시코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며 만약 그가 망명에 성공했다면 그는 피노체트 정권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저항 세력’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루다의 사인 규명을 위한 독립 전문가 그룹의 보고서는 애초 이달 3일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처음에는 기술적 문제로, 두 번째는 전문가들의 의견 불일치로 두 차례 미뤄져 15일 발표될 예정이다.
네루다의 유해는 사인 규명을 위해 2013년 칠레 중부 해안의 이슬라 네그라 묘지에서 발굴됐다가 3년 뒤 이곳에 재매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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