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난 아이가 열이 40도 아래로 떨어지질 않고, 경련을 세 차례나 하는데 충청권에선 지금도 받아줄 응급실이 없습니다. 119를 타고 몇 시간씩 헤매다 아동병원으로 실려 오는 일이 부지기수죠. "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대한아동병원협회는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회견'을 열고 "전문인력 수급이 막히면서 중증, 응급 진료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어린 환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2023년도 전반기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의 전공의(레지던트) 지원율은 15.9%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2019년 80%로 처음 미달된 뒤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등으로 급감하고 있다. 유례없는 초저출산과 저수가 정책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박리다매식 진료로 버텨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진료량이 40% 격감하면서 전공의 기피 현상이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게 이들 학회의 진단이다. 소아청소년과학회가 올해 9월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4시간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전체의 36%에 그쳤다. 소아청소년과 근무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이 서울 12.5%, 지방은 20%에 달했다. 당장 내년에는 전공의 필요인력의 39%만 근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련병원의 75%는 전공의 부족으로 진료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2, 3차 병원의 진료수가 인상과 진료 전달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전공의 지원율이 50%가량 회복되더라도 나머지는 전문의로 채워야 할 것"이라며 "2, 3차 수련병원의 병상축소와 전문인력 감소를 방지하려면 중증도에 따라 진료수가를 정상화하고 소아청소년과 필수의료를 전담할 대통령 직속 논의기구를 설치해 속도감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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