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로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현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구급차와 소방차를 지켜보며 ‘떼창’하는 영상이 공개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사고가 발생한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을 때까지 인근 술집에서는 흥을 돋우는 음악 소리가 크게 울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일부 시민들도 목격됐다.
30일 새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한 영상에는 시민들이 십여 대의 구급차가 멈춰선 현장에서 뛰며 노래하는 모습이 담겼다. 특정 구호를 외치며 소리를 지르는 시민들도 많았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이게 진정 대한민국의 현실인가” “참사보다 더 충격적이다”고 지적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이후 애도를 위해 현장을 찾은 박 모(51) 씨는 “죽어가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데 어떤 생각으로 춤을 추는지 모르겠고 어떤 생각을 해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하늘로 돌아간 젊은이들을 생각해 목이 메었다가도 이런 처참한 소식을 들으면 분노가 치솟아오른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김 모(26) 씨는 “미친 사람들인 줄 알았다. 대한민국이 망한다면 이 사람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죽어야 할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었다”고 분노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날 선 지적들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공포 영화보다 더 두려운 영상” “어떻게 사람이 사람한테 저럴 수가 있나. 저 자리에 있었다면 너무나 무서웠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현장이 상황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비규환이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사고 현장 인근인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의 클럽 등 일부 주점은 경찰 등이 영업을 중단한 새벽 1시 50분께까지 영업을 이어갔다. 사고 이후에도 대규모 참사가 무색할 정도로 큰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고 대부분의 시민이 현장을 떠나는 와중에도 술을 마시며 춤을 추는 일부 시민들도 있었다.
이번 대참사는 29일 오후 10시 22분께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발생했다. 약 50평 내외의 공간에 수백 명의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일부 시민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며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5~6겹으로 깔린 사람들은 혼절했고 “살려달라”며 구조를 청하기도 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이 밑바닥에 깔린 사람을 꺼내려 했지만 가중된 무게에 사람이 빠지지 않았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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