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법정 시한 내에 예산안 심사를 마쳐 내년부터 취약 계층 지원과 국가 발전·번영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십사 하는 마음이 있다”며 재차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대한 협력을 당부했다. 동시에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반대로 연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비상 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가진 도어스테핑에서 “국민의 혈세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국민께 그리고 국내외 시장에 알리고 건전재정 기조로 금융 안정을 꾀한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라며 “이를 통해 국제 신인도를 확고하게 구축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날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했다. 하지만 예산안의 키를 쥔 169석의 민주당은 ‘대장동 수사’ 등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을 비웠다. 제1 야당이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회를 위해서도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좀 안타까운 것은 정치 상황이 어떻더라도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30 몇 년간 우리 헌정사에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온 것이 어제 무너졌다”며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 약해지는 것 아니냐”고 직격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도 각을 세웠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세수 부족을 만들고 재정 건전성을 말하며 민생 예산에 칼질하는 모순”이라며 “민주당은 60조 원의 초부자 감세, 1조 원이 넘는 대통령실 이전 예산을 반드시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어 연내 예산안 처리가 사상 처음 불발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내년 예산 집행은 멈춘다. 정부는 준예산을 편성해 임시 집행을 할 수 있지만 기초연금 인상과 부모급여 지급 등 신규 사업은 제한돼 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비해 비상 대응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다만 공개적으로는 “야당과의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실이 준예산에 대한 비상 계획을 마련하면 이에 맞춰 예산안 처리를 더 늦출 유인만 야당에 준다는 우려가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준예산 편성 계획에 대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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