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니까 다들 인공지능(AI)을 하죠.”
최근 만난 정보기술(IT) 업계 사람에게 왜 AI 사업을 하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LG·SK텔레콤·KT 등 수많은 대기업들이 이미 수백 명 규모의 AI 조직을 갖고 있고 AI 스타트업도 셀 수 없이 많이 생겼다. AI는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고 많은 이들이 알게 모르게 AI 혜택을 입으며 살아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업들의 과도한 AI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기업들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AI 서비스가 AI컨택센터(AICC)다. 한 기업에서는 전체 월 542만 콜 가운데 25%(136만 콜)를 AI가 담당한다고 한다. 또 다른 기업에서는 AI 상담사 도입 후 고객 대기시간이 20초 이상 줄었다고 말한다. 기업들은 신기술을 접목한 콜센터라고 홍보하며 비용 절감의 이점을 누린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콜센터에 전화하면 직원이 아닌 AI를 마주한다. 그리고 직원이면 한 번에 알아들을 말을 또박또박 여러 단계를 거쳐 말하는 불편함을 겪고는 한다.
기업들은 ‘디지털 친구’ AI 챗봇도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똑같은 말만 되풀이해 그저 챗봇일 뿐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혐오 발언 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여러 기능을 추가했다지만 정제된 답변만 나와 더 거리감이 생겼다. 공감하는 AI 2.0을 외치며 우리 삶을 바꿔놓을 것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거리가 멀어 보인다.
AI가 사람과 자연스레 대화하는 ‘범용 AI’가 완성되기까지는 앞으로 20년도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 AI 선구자로 꼽히는 김진형 전 인공지능연구원장은 강의할 때면 꼭 AI의 능력과 한계를 함께 이야기한다고 한다. 기업들이 AI를 너무 만능인 것처럼 묘사하고 그 능력을 과장하는 것을 절제해야 AI 기술에 더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불필요한 기대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LG AI 심포지엄에서 만난 한 대학원생은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정신 질환 예측에 AI를 활용하면 어떨까 싶어 AI 공부를 하게 됐다”고 했다. 기업에서 흘러나오는 AI에 대한 말보다 현실적이고 진솔한 답변이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