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인의 가벼운 법 위반에 대해 과도하게 부과되는 형사처벌을 행정 제재로 바꾸거나 아예 폐지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열린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경제 형벌 규정도 글로벌 기준이나 시대 변화와 괴리된 부분은 원점에서 과감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는 이날 보고에서 기업 경영 위축을 막기 위해 모두 32개에 달하는 경제 형벌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가령 식품 접객 업자의 호객 행위에 대해 징역형이나 벌금 대신 과태료, 허가·등록 취소, 영업정지 등의 행정 제재로 바꾸는 식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모래주머니 같은 규제와 족쇄를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형벌은 기업 경영 활동을 움츠리게 할 뿐 아니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마저 옥죈다는 점에서 최악의 모래주머니다. 분식회계나 주가조작처럼 자유 시장 경제를 훼손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해야 하지만 경영 활동 과정의 단순 실수에도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 기업인을 범죄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지 않은 채 과도한 형벌을 적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법은 근로자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형사 처벌이 워낙 과해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 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제 위기가 증폭되는 상황이므로 여야 정치권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잉 형벌 개선을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어 교도소 담장 위에 세우는 나라에 미래가 있겠는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