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을 비롯한 지방 소재 첨단 대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 수급’에 있다. 글로벌 최고 기업들과 경쟁할 기술력은 갖췄지만 이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가 수도권 기업들에 비해 어려운 탓이다. 업계에서는 전 국토에서 고른 첨단 산업 양성을 이뤄낼 수 있도록 다양한 지방 인재 양성 계획을 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손길동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전무)은 “구미에서는 사실 수도권에 비해 양질의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곡의 연구개발(R&D) 캠퍼스의 경우 서울을 중심으로 주요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들을 흡수할 수 있지만 지방에 위치한 구미공장의 경우 지방 기피 현상 등으로 핵심 인재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도별 대학 정원을 보면 지방대 소외 현상이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의 연도별 대학 제적 학생 수를 보면 서울은 2017년 98만 6414명에서 2021년 97만 9599명으로 6815명 증가한 반면 지방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는 같은 기간 75만 1039명에서 68만 1896명으로 10.14%(6만 9143명)나 감소했다.
지방에 소재한 대학들은 지방 거점 대학 등을 중심으로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지방 근무에 대한 비선호 등을 이유로 외면 받는 실정이다. 그나마 지역 내 자리 잡은 대기업은 사정이 좀 낫지만 규모가 작고 ‘이름값’에서 뒤지는 지역 내 중소 규모 기업들은 대학 졸업자 이상의 인재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회사의 기술 개발 역량을 책임질 석·박사급 인력들은 더욱 귀하다. 수도권 석·박사 인력이 지방으로 내려오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에 편중된 인력 수급 지원책으로 자체적인 인재 육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등학생들이 취업에 용이한 수도권 대학으로의 진학을 희망하다 보니 지역 내 남은 인력 풀 자체가 적고 그마저도 정부 지원 미비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부할 수밖에 없어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지적이다.
첨단 산업 전문 인력 확보가 국가 차원의 과제로 자리 잡은 상황이지만 여기서도 지방은 배제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정부의 반도체 인재 15만 명 양성 방안에 대해 지방대들은 “수도권에 치우쳐 지방 대학을 죽이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계약정원제’를 통해 사실상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를 풀어주면 가뜩이나 적은 지방 학생들이 다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특성화대학(원) 선정 시 비수도권 대학에 더 많은 지원금을 주기로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지방의 열세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기업과 대학의 산학 협력 강화 모델에 더해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책이 합쳐져야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LG이노텍의 경우 경상권에 위치한 부산대·경북대·금오공대 등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산학 협력 등을 통한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손 전무는 “지역 내에서 LG이노텍의 위상이 높아진 덕분에 어려움은 있지만 비교적 잘 대처하고 있다”며 “지역 내 대학들과의 연계를 통해 오랫동안 지역 내에서 회사와 함께하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지역 인력 부족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서울, 그것도 상위 일부 대학에 집중된 첨단 산업 인재 육성 방침을 유지한다면 지방에 있는 유능한 학생들의 박탈감을 초래하게 된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수도권과 지방을 분리하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재들을 길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또한 이와 관련해 개선책을 찾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올 6월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 참석해 지역 거점 국립대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역 국립대를 집중 육성하는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거점 국립대를 집중 육성해 상향 평준화를 이뤄 수도권 쏠림을 막고 지역 균형 발전도 이끌자는 계획이다. 장 차관 또한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국립대학법’ 제정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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