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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더위' 덮친 유럽… 유엔 "기후변화 대응 없이는 집단자살"

유럽 각국서 줄줄이 폭염·산불·가뭄

스페인·포르투갈·영국·프랑스 역대 최고 기온 경신

英, 열기로 공항 폐쇄·열차운행 취소도

유엔사무총장 "대응 안 하면 집단자살" 경고


유럽 전역이 며칠째 이어지는 불볕더위와 화재로 고통받고 있다. 각국이 폭염주의보를 발령하고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등 남서부 지역 곳곳에서 산불이 번져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집단자살”이라는 유엔사무총장의 경고가 이어졌다. 가뭄에 따른 곡물 수확량 감소와 수력발전 차질 등의 문제도 지적된다.

기록적 폭염·산불·가뭄 삼중고 겪는 프랑스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지롱드 지역의 산불 모습.EPA연합뉴스




프랑스 남서부 지역은 최근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대규모 산불로 수천여명이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로이터통신은 18일(이하 현지 시간) 프랑스 서부 도시인 낭트·브레스트·생브리외 등의 한낮 기온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낭트는 이날 기온이 42도까지 치솟으며 종전 최고기록인 1949년 40.3도를 경신했다. 브레스트와 생브리외 역시 수은주가 각각 39.3도, 39.5도를 기록하며 무더위에 신음했다.

‘보르도 와인’으로 유명한 지롱드 지역에서는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산불로 수천 명이 추가로 대피했다. 필라사구(뒨뒤필라)와 랑디랑스 인근에서 시작된 산불 진화에 소방관 1000여 명이 투입됐으나 강한 바람으로 불길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자 인근 미클로 마을에서 5000여 명이, 그 옆의 테스트드뷔시 마을에서 3000여 명이 대피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8일 기준 현재까지 3만 7000에이커 이상이 소실되고 1만 4000명 이상의 주민들이 집을 떠나 대피한 상태다.

앞서 프랑스는 치솟은 평균 기온과 가뭄으로 곡물 수확량에도 타격을 입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밀 수출 시장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 1위이자 세계 4위인 프랑스가 가뭄 및 폭염으로 올해 경질 밀(soft wheat)의 수확량이 전년 대비 7.2% 줄어들 전망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온화한 여름 날씨 사라진 영국…사상 최초 적색 폭염 경보


17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버킹엄궁 앞에서 한 왕실 근위병이 폭염을 버티며 보초를 서고 있다.EPA연합뉴스


여름 날씨가 비교적 온화한 영국에도 예외 없이 폭염이 닥쳤다.

18일 런던 북부 루턴 공항에서는 열기로 활주로 일부 구간이 부풀어 올라 공항을 한때 폐쇄했다. 이날 영국 일부 지역의 기온은 37도를 웃돌았으며 앞으로 더위가 심해져 사상 처음으로 기온이 섭씨 40도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페넬로프 엔더스비 영국 기상청 최고경영자(CEO) 역시 BBC 방송에서 "내일(19일)이면 기온이 40도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지난 주 영국 기상청은 18∼20일 기온이 2019년 최고 기온(38.7도)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며 런던 등 지역에 '적색 폭염 경보'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런던교통공사(TfL)는 주민에게 '필수 일정'이 아니면 런던의 대중교통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으며 폭염에 따른 전선과 신호 장비 고장을 우려해 점검도 강화했다. 런던을 포함해 일부 지역은 현재 더위로 선로가 뒤틀릴 위험에 대비해 지하철·철도 운행 속도를 일시적으로 줄이거나 운행을 취소한 상태다.

영국은 과거 여름철도 대체로 서늘했기 때문에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갑작스러운 폭염에 따라 건강한 사람들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영국 보건안전청(UKHSA)도 폭염경보를 국가비상상황 수준인 4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폭염에 사망자 속출하는 스페인·포르투갈...산불도 잇따라


18일(현지시간) 기록적인 폭염 속 스페인 타바라 인근에서 소방대원이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최근 최고기온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이 일주일 넘게 계속되면서 초과 사망자(특정 시기에 통상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망 건수를 넘어선 추가 사망)가 급속히 늘고 있으며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로이터는 18일 스페인 서북부 타바라 마을에서 산불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지역은 지난달 대형 산불로 3만 에이커 이상이 손실된 사모라 지역과 인접해있다. 또 남부 미하스 인근의 대형 산불로 지금까지 3000 명 이상이 대피한 데 이어 서부 에스트레마두라·중부 카스티유·레온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무더위에 따른 초과 사망자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스페인 보건부에 따르면 이달 10∼14일동안 초과사망자가 237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달에만 510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지난달에도 스페인에서는 829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포르투갈은 최근 낮 기온이 47도까지 오르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전국에서 17곳의 산불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6월 중순까지 포르투갈에서 산불로 불에 탄 면적은 총 9만 8720에이커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가 넘는다. 화재 현장을 방문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기후 변화가 사람을 죽이고,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뭄 비상사태 선언한 이탈리아....농업 생산량 직격타


AP연합뉴스


이탈리아는 현재 5개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가뭄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이탈리아 북부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물 사용 제한 조치를 도입한 상태다. 특히 이탈리아 북부의 포강은 유럽을 통틀어 가장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앞서 18일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7월 유럽 내 가뭄' 보고서는 EU 영토의 절반 가까이가 가뭄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하며 특히 이탈리아 포강의 심각성이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달 이탈리아농민연맹은 이번 가뭄으로 현재까지 발생한 피해액만 30억 유로(약 4조 원) 이상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유엔 “기후변화, 공동대응 아니면 집단자살” 경고


18일(현지 시간) 독일-이탈리아 공동 주최로 베를린에서 열린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EPA연합뉴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8일 "나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에 직면했는데도 다자공동체로서 대응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공동대응이냐 또는 집단자살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전했다.

그는 17∼1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이같이 밝히며 "각국은 책임을 지기보다는 다른 국가를 손가락질하고 있다.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또 "합의된 기후목표를 계속 지키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하고 함께 대응에 나서야 한다"면서 주요7개국(G7)과 주요20개국(G20)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연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앞서 전 세계 40여 개국 기후변화 관련 장관들이 모여 가진 회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역시 이날 연설에서 "전세계적으로 화석연료, 특히 석탄 발전이 부활해서는 안된다"면서 "우리는 석탄, 석유 그리고 가스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세계 폭염과 산불, 홍수 등은 우리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아래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을 주재한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도 "기후위기는 지구상 모든 사람을 위한 최대 안전문제"라면서 "우리에게는 전세계적인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시간이 10년, 20년, 30년이 남은 게 아니라 8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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