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공포 사흘 만에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동시 퇴임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이 조직 개편과 후속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만큼 늦어도 다음 달 초 새 정부가 검찰 수뇌부 인사를 단행한 뒤 곧장 조직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6일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검찰이 국민을 최우선으로 놓고 일한다면 검찰 개혁의 강은 잔잔할 수 있으나 반대라면 사납게 요동칠 것”이라며 “검찰 개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잊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들이 다양한 생각과 전문성을 갖추고 고르게 평가받고 발탁되는 조직 문화가 자리 잡길 기대한다”며 “(이 부분이) 못 이룬 검찰 개혁의 나머지 숙제”라고 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로비에서 직원들과 만나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떠나게 돼서 죄송하다”며 “검찰이 저력이 있으니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해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였지만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하면서 2년 임기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낙마했다.
박 장관과 김 총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검수완박에 이르는 검찰 개혁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인물들이다. 검찰 개혁을 두고 출발은 비슷했다. 박 장관은 취임부터 검찰 개혁의 ‘마무리 투수’를 자처했다. 김 총장은 법무부 차관 시절부터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등 수사권 조정에 관여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강행하면서 차츰 행보가 갈렸다.
박 장관이 검수완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입법 과정에 적극 힘을 보태고 나선 반면 김 총장은 검찰 개혁 최종 형태라 할 수 있는 검수완박 저지를 이끌었다. 검찰 개혁의 시작점은 유사했으나 검수완박을 두고 찬반 양측으로 갈린 셈이다. 결국 박 장관은 정권 교체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고 김 총장은 70여 년 역사의 검찰 기능이 사실상 폐지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중도 퇴임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두 수장의 교체와 함께 법무부와 검찰이 대대적 변화에 직면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 등 고검장들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사상 초유의 ‘1·2인자 지휘부 공백’을 막기는 했으나 현 상태를 오래 지속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수완박을 담은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시행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다. 법무부와 대검이 우선 고검장·검사장 등 인사를 늦어도 다음 달 중에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한다는 측면에서 우선 고검장과 검사장 등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게 첫 과제이나 혹여 늦춰질 경우에는 법무부 차관을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고위급 인사 후에는 직제 개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등이 어떻게 바뀌는지까지 충분히 고려해 부서 폐지나 통합 등이 논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수완박이 시행되면 검찰 수사 범위는 부패·경제 범죄로 한정된다. 이에 따라 공공수사부는 물론 형사부 등에 대한 직제 개편이 불가피하다. 또 조직 변화에 따라 차장·부장·평검사와 함께 검찰 수사관도 다시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 조직에 전면적인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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