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따른 남해안의 이상 고온으로 어촌 특산물의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양식 어업인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주요 지자체가 저마다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바다 양식장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남해안의 고수온 현상이 올 들어 지속되면서 연근해 양식장의 어패류와 해조류가 최악의 흉작을 맞고 있다. 자연 상태의 어류는 해양환경 변화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지만 바다 양식장은 고수온 현상이 발생하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최대 멍게 양식지인 경남 통영시와 거제시는 올 봄 제철을 맞아 생산한 멍게가 지난해 144톤의 절반이 되지 않은 56톤에 그쳤다. 평년 수준인 413톤과 비교하면 80%가량 수확량이 급감했다. 수협의 한 관계자는 “멍게 양식의 적정 수온은 5∼20도인데 24도가 넘으면 먹이 활동을 하지 않아 성장이 감소하고 병균이 생겨 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남 남해안 일대에는 바다 수온이 28도가 넘는 고수온 현상이 40일 넘게 이어졌다. 고수온과 빈산소수괴( 산소량이 부족한 물 덩어리)가 발생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빈산소수괴가 발생하면 는 양식 수산물들은 질식사를 한다.
경남 창원시 진동면의 특산물인 미더덕도 고수온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진동면은 전국 미더덕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3400톤에서 올해는 1500톤을 예상하고 있다. 고수온 현상이 이어지고 빈산소수괴(용존산소가 낮은 물 덩어리)가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수확량 감소로 미더덕 1㎏ 가격은 지난해 8000 원에서 올해 1만 6000 원으로 뛰었다.
전남 남해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해남군에서는 고수온 현상으로 김 황백화와 다시마 녹음이 발생한 해조류 양식 어가가 급증했다. 황백화 현상은 김 엽체가 검붉은색에서 황백색으로 변하는 현상으로 수온이 정체되고 영양염이 부족할 때 생긴다. 올해 물김 생산이 종료된 가운데 해남군은 생산량 6만 9893톤과 생산액 608억79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생산량은 14%(1만 1055톤), 생산액은 6%(37억 8600만 원) 감소했다.
지난해 전남에서는 여수· 해남·완도·진도·신안 등 총 11개 시군이 고수온으로 피해를 입었다. 3437어가에 총 피해 규모는 95억 원에 달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전복과 새꼬막, 김, 미역 등을 양식으로 재배하고 있다. 해남군은 해양수산부와 어업 재해대책 심의위원회을 열어 관내 653어가에 대해 4억 711만 원의 피해복구비 지급을 확정했지만 올해는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해남군의 한 관계자는 “김과 미역 같은 해조류 양식에는 많은 면적이 필요한 데다 어류와 달리 인위적 통제와 관리가 어렵다”며 “지금처럼 바다 수온이 더 오른다고 가정하면 양식 지역 재배치 지원과 고수온에 강한 신품종 개발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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