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의 언어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도 이 기술에 접근하게 할 수 있는 게 중요합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쉽게 대화하고 소설도 읽고 이메일을 쓸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오브리 리 구글 브랜드 매니저)
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 내에 있는 캠프 찰스턴에서 열린 ‘구글 접근성’ 미디어 행사에서 이뤄진 제품 소개에서 리 매니저는 이 같이 말했다. 구글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는 그는 구글 내 장애가 있는 직원들의 연합 단체에서 회장을 맡아 구글 내에서 접근성 문제에서 목소리를 내는 한편 관련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근 위축증(Muscular dystrophy)으로 인해 언어 장애를 갖게 됐고 대화를 할 때 다른 이들에게 의사를 쉽게 전달할 수 없지만 구글이 개발한 ‘프로젝트 릴레이트(Project Relate)’ 앱으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날 구글이 소개한 프로젝트 릴레이트 앱은 크게 세 가지 가능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언어 장애가 있는 이들의 발화를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듣기(Listen) 기능이다. 리 매니저가 “당신은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는 걸 좋아합니까” 묻자 텍스트로 변환이 됐고 이에 기자가 “트레일 걷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자 그가 다시 듣기 기능을 통해 “캘리포니아에는 트레일 코스가 좋다”며 추천을 해주기도 했다. 이어 ‘반복(Repeat)’ 기능을 켜자 그가 했던 말을 앱이 다시 알아들을 수 있게 음성으로 들려줬다. 세 번째 기능은 어시스턴트 기능인데 구글 어시스턴트가 발화를 해석해 즉각 대답을 해주는 기능이다. 이날은 최대 기온이 27~28도로 무더운 날이었는데 리 매니저가 화씨 78도가 섭씨로 몇도인가 묻자 구글 어시스턴트가 25도라고 대답을 해주기도 했다.
이 같은 기술은 리 매니저처럼 근 위축증을 겪거나 루게릭병, 뇌성마비, 파킨슨병 등으로 인해 언어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도 발화를 하면 일반인들은 바로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스피치 인식 알고리즘이 이를 해석해주는 게 특징이다. 프로젝트 릴레이트 앱을 담당하는 밥 맥도날드 구글 테크니컬 프로그램 매니저는 “가까운 가족이 루게릭병으로 진단을 받으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전 세계에서 뇌손상, 다운증후군 등으로 언어 장애를 가진 인구가 2억500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스피치 인식 기술에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수천명에게 도움을 받아 수백만 건의 발화 샘플을 수집하면서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의 소음 등에 따라 정확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리 매니저가 직원들과 일을 하면서 소통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프로젝트 릴레이트가 당황스러운 표정과 친근한 웃음의 차이를 다른 사람이 구별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구글은 실시간 받아쓰기와 음성 알림(Live Transcribe & Sound Notifications) 기능을 소개했다. 현재 80여개 언어를 소화할 수 있으며 언어를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한편 휘파람 소리부터 아기가 우는 소리, 경적 소리 등을 청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변환해서 알려준다.
또 음성 증폭(Sound Amplifier) 앱의 경우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실행하면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통화를 할 때 목소리를 증폭해서 들려준다. 이 기술을 담당하는 사가 사블라 구글 AI리서치 시니어 제품 매니저는 “청각에 문제가 없던 이들도 세명 중 한명 꼴로 65세 이상이 되면 청각 손실 증세를 호소한다”며 “할아버지, 할머니와 이 앱을 통해 통화를 쉽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룩아웃 앱은 저시력 등 시각 장애를 가진 이들이 메뉴판을 봐야 할 때나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카메라를 갖다 대면 주요 라벨을 텍스트로 표기하거나 음성으로 읽어준다. 심지어 문서를 읽어주는 일까지 가능하다. 현재 영어, 불어, 힌디어 등 23개 언어로 활용 가능하다.
이 같은 기능은 구글이 접근성 기술을 2013년부터 연구하면서 10년차를 맞은 뒤의 성과다. 10년째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이브 앤더슨 구글 접근성 선임 디렉터는 “전 세계 10억여명의 인구가 장애로 인한 접근성 문제를 겪고 있지만 대다수의 우리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장애를 갖고 있다”며 “만약 직사광선의 햇빛이 비추는 곳에서는 일반인들도 스마트폰의 글을 읽을 수 없는 것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모두가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리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매출 기회 외에도 10년째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를 두고 “모든 이들에게 접근성이 닿지 않는다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의 신념과도 맞닿아 있는 철칙”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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