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전 미국 대사라고 속여 투자를 제안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 국내에서도 발견돼 주의가 요구된다. 리퍼트 전 대사를 사칭해 보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 신청을 상대방이 수락하면 ‘투자 시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메시지로 꾀어내는 방식이다.
2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본지 기자는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서 리퍼트 전 대사를 사칭한 계정으로부터 친구 신청을 받았다. 그동안 한국계 미군을 사칭한 ‘로맨스 스캠’ 메시지(DM)를 받아본 경험은 있었으나 리퍼트 전 대사와 같은 거물이 직접 친구 신청을 한 건 처음이었다.
친구 신청을 수락하자 사칭 계정은 기자가 어디 거주하고 직업이 무엇인지 또 해외에 나간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다. 또 본인이 워싱턴DC에 있으며 최근 삼성 북미 부사장으로 임명돼 매우 바쁘다는 등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몇 마디 주고받자 사칭 계정은 ‘대형 사업을 성공시켜 한국인들이 자신을 영원히 기억하게 하고 싶다’며 카카오톡 메신저로 대화하고 싶다고 아이디를 알려줬다. 반신반의해 카카오톡 아이디를 추가하자 리퍼트 대사 가족 사진과 그의 얼굴이 메인 화면에 올라왔다. 구글 검색창에서 마크 리퍼트를 치면 메인 프로필에 나오는 사진이었다.
사칭 계정은 카카오톡 대화에서 ‘얼마를 투자할 거냐’는 질문에 350만 달러(약 421억원)라고 답했다. 특히 ‘사업 구상이 완료되면 매출의 30%를 (수익으로) 제공한다’며 본색을 드러냈다. 기자가 ‘당신은 리퍼트 전 대사가 아닌 것 같다. 진짜 페이스북 계정은 따로 있다’고 의구심을 표하자 ‘그 계정도 내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신이 진짜 리퍼트 전 대사라고 하더라도 컨설팅 회사나 주변 인사들에게 물어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조언하자 오히려 ‘너의 호기심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 매우 무례하다’는 식으로 화를 냈다.
사칭 계정은 ‘변호사를 통해 메일로 투자 제안서를 보내겠다’고 했으나 기자가 확인 결과 계정 자체가 가짜로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측에 리퍼트 전 대사의 계정을 확인한 결과 구글 검색을 통해 나오는 계정이 진짜라는 답을 들었다. 실제로 페이스북에서 ‘마크 리퍼트(Mark Lippert)’라는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리퍼트 전 대사의 얼굴과 프로필을 갖고 있는 여러 가짜 계정들이 나타났다. 가짜 계정임을 확신한 후 카카오톡을 차단하자 ‘나이지리아에서 가입한 번호’라는 주의 문구가 나타났다. 앞서 SNS 친구 요청으로 제안한 투자가 국제 사기 집단의 행태라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계 미군과 같이 연인 관계를 미끼로 한 로맨스 스캠이 비교적 널리 알려지자 국내에서 호감도가 높은 리퍼트 전 대사를 사칭한 사기 수법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며 “투자를 위해 송금 수수료 등이 필요한데 이를 보내 달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이나 프로필은 얼마든지 도용이 가능한 만큼 SNS상에서 외부인이 접근해 오는 것을 경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