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골프 트리비아]손에 흙 묻힐 일 없게 만들다…4인치 티의 발명

잔디티→모래티→받침형으로 발달

지면 뚫는 방식은 1892년 고안돼

現 재질·디자인 제품 1921년 판매

4인치 이하…방향지시 등은 '위반'

'환경문제' 플라스틱 금지 사례도

골프 티.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티샷을 할 때 볼을 올려놓는 용도로 사용하는 티(tee)는 골프 용품 중 가장 하찮게 취급받는 물품이다. 부러져도 아깝다 생각하지 않고 어디론가 튀면 굳이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캐디나 동반자에게 몇 개씩 얻을 수 있으니 굳이 돈을 주면서 사야 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티가 없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드라이버 샷을 날릴 수 없다. 페어웨이 우드나 아이언 티샷도 어려워진다. 잔디나 흙·모래 등을 원뿔 형태로 쌓은 뒤 그 위에 볼을 놓고 쳤던 19세기로 되돌아가야 한다.

지금도 간혹 옛 방식을 고수하는 골퍼들이 있기는 하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로라 데이비스(58·잉글랜드)가 대표적이다. 그는 티샷을 할 때면 웨지로 지면을 퍽 찍은 뒤 불룩 솟아오른 잔디와 흙 위에 볼을 올린다. 일명 ‘잔디 티(turf tee)’다.

로라 데이비스는 여전히 잔디 티(노란색 원 안)를 사용한다. /USGA 영상 캡처


초창기에는 그린과 티잉 구역이 같은 공간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잔디 티 때문에 그린 잔디가 훼손되고 앞 팀의 퍼팅뿐 아니라 티샷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해 플레이 속도가 더뎌지기도 했다. 올드 톰 모리스가 1875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에 별도의 티잉 구역을 만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수세기 동안 골퍼들은 모래와 물을 섞어 ‘샌드 티(sand tee)’를 만들어 사용했다. 손과 볼을 씻을 물과 타월이 함께 제공되기도 했다. 캐디들이 티를 만들기 위해 홀의 모래를 파내자 골프장은 모래를 담은 ‘샌드 박스’를 제공하다가 나중에는 모래가 가득 든 상자인 ‘티 박스(tee box)’를 비치했다. 티 박스는 티잉 구역의 경계를 표시하는 역할도 했는데 지금도 티잉 구역을 티 박스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래를 일정한 크기로 빠르게 쌓기 위해 일종의 틀인 ‘티 스탬프’도 고안됐다. 주로 황동으로 제작됐으며 드라이버용은 조금 높았고 아이언용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1889년 세계 최초로 특허를 얻은 티(왼쪽부터), 1892년 개발된 최초로 지면을 뚫는 방식의 티, 1899년 미국인 최초로 특허를 얻은 조지 그랜트의 티, 1921년 개발돼 상업용 티로 널리 보급된 레디 티의 설계도. /위키피디아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거치면서 코르크나 종이·고무 등을 이용한 티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1889년 스코틀랜드에서 티에 관한 최초의 특허가 등록됐다. 노스베릭의 탄탈론 골프클럽의 멤버였던 윌리엄 블록섬과 아서 더글러스가 3개의 고무발 위에 볼을 올려놓는 티를 발명했고 1892년에는 최초로 나무못을 부착해 지면을 뚫는 ‘퍼텍텀’이라는 티가 개발됐다.

1899년에는 흑인 최초의 하버드대 교수이자 치과의사였던 조지 그랜트가 미국인 최초로 티 특허를 취득했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을 상용화하지는 않고 동반자들에게 선물로 나눠 주는 정도로만 활용했다. 이때까지도 샌드 티가 보편적으로 사용됐다. 최초의 상업용 티는 1921년 또 다른 치과의사였던 윌리엄 로웰에 의해 개발한 레디 티(reddy tee)다. 현재의 재질·디자인과 큰 차이가 없었는데 그가 월터 헤이건 등 프로 골퍼를 고용해 마케팅을 펼치면서 나무 티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티는 단순하고 작지만 엄연히 골프 용품인 만큼 규격이 정해져 있다. 규칙상 티의 최대 길이는 4인치(101.6㎜)다. 플레이 방향을 지시하거나 볼의 움직임과 스트로크에 과도한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슬라이스 방지나 비거리 향상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티는 규칙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 재질로는 나무와 플라스틱이 대표적이고 프로 골퍼들은 대부분 나무 티를 선호한다. 저항이 적고 부러져야 클럽 손상도 없기 때문이다. 오동나무나 단풍나무로 만들어진 것을 최고로 친다.

플라스틱 티는 내구성은 좋지만 겨울철 언 땅에서 사용하면 티가 빠져 나오지 못해 클럽 헤드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플라스틱 티는 환경문제도 야기한다. 잉글랜드의 유서 깊은 로열 노스 데번 골프클럽은 지난해부터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티 사용을 금지했다. 새나 동물들이 플라스틱 티를 삼키는 등 야생 동물의 생명에 큰 위협이 되고 있어서다. 티를 함부로 버릴 일이 아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