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오면서 오미크론 발생 국가가 30개국으로 늘었다. 기존 백신의 부스터샷 접종까지 마친 사람도 돌파감염이 되면서 이제는 오미크론의 증상이 대유행 초기와 같은 엄격한 방역 조치를 재도입해야 할 만큼 치명적이냐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강한 대신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아 현재의 공포 분위기가 과도하다는 견해와 고령층 확산 시 중증 환자가 속출할 가능성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 맞선다. 유럽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각국이 방역 강화에 몰두하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수일 내로 오미크론에 대한 정보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중증 없어…팬데믹 종식 신호일 수"
오미크론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낮게 보는 쪽은 환자 사례를 바탕으로 오미크론의 중증화 가능성이 적다는 데 근거한다. 폴 켈리 호주 보건부 최고의료책임자는 “전 세계 300건 이상의 오미크론 감염 사례 모두 경증이거나 증세가 전혀 없었다”며 “오미크론이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오미크론 확진자 19명 중 16명은 무증상이었다. 단 3명만 두통 등을 앓았다.
심지어 오미크론의 출현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나가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독일의 차기 보건장관 유력 후보인 카를 라우터바흐 교수는 오미크론을 ‘성탄절 선물’에 비유하며 “오미크론이 전파력은 높지만 덜 치명적인데 이는 대부분의 호흡기 바이러스가 진화하는 방식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즉 코로나19가 감기와 독감처럼 충분히 관리 가능한 바이러스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빅 이코노미스트 역시 같은 이유로 “오미크론이 전염병의 종식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며 “세계경제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남아공선 입원 환자 늘어…최악 대비 필요
다만 데이터가 부족한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주장도 여전히 많다. 남아공의 미셸 그룸 공중보건대응 책임자는 1일(현지 시간) 의회에 출석해 “(오미크론 감염이) 대부분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했지만 확산세가 고령층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화 위험이 높은 고령층에서도 확산이 시작되면 심각한 증세가 확인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역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WHO는 “치명성을 떠나 확진자 수 증가가 보통 입원 환자 수 증가로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남아공 전역에서 입원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파력이 강하면 치명률은 떨어진다는 가정에 대해서도 예외가 있는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바이러스는 생존하고 전파하는 데 관심이 있지 치명률을 낮추는 데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치명률은 전파력에 영향을 미치는 1개의 종속 요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각국, 백신 효과 논란 속 방역 강화
오미크론의 백신 무력화 여부를 두고도 이견이 크다. 모더나의 스티븐 호지 사장은 “기존 백신의 효과가 상당히 저하될 것”이라며 “오미크론에 대응할 백신을 이르면 내년 3월까지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3월 미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을 신청하면 내년 2분기께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WHO는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에 대해서도 중증 예방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각국은 기존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2일 미국 정부는 버스·비행기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기존 내년 1월에서 내년 3월 중순까지로 연장하고 다음 주부터 모든 입국자에 대해 기존 72시간이 아니라 24시간 이내에 시행한 음성 확인서를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EU는 국가 간 이동 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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