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백신의 효력이 떨어지고 있다. 얀센 백신은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양국의 우정을 강조하며 우리에게 100만 회분을 제공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맞은 사람들이 2차 접종을 못 해 항체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당시 얀센 백신을 ‘한미 동맹의 상징’으로 대대적으로 강조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을 종료해 사거리 제한을 해제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대대적인 투자 약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SK·현대 등 국내 기업들은 44조 원가량을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석해 있던 최태원 SK 회장 등을 일으켜 세우고 거듭 “고맙다”고 했다.
효력을 다한 얀센은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얀센은 코로나19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도움을 줬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미국에 투자된 44조 원은 현지 협력 업체와 지역 고용을 늘리겠지만 우리나라 고용과 세수 확보에는 도움이 안 된다.
미국과 중국 등 각국이 ‘공급망 경쟁’을 펼치면서 자국에 생산 기지를 유치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미 동맹이라는 구호는 기업과 기업이 매일 맞부딪히는 산업 전선에서 공허하다. 미국은 최근 자국 노조가 생산한 전기차와 자국에서 만든 배터리에 보조금을 주는 법안을 쥐고 우리 기업에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자국 생산 배터리를 우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에 한국의 투자 여건은 열악하다. 각국이 신산업 보조금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논의가 제자리걸음이다. 배터리·반도체 등의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국가전략핵심산업특별법은 국회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기업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노조 리스크도 여전하다.
우리 기업은 매번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과 제재라는 채찍으로 해외 투자를 요구받을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공장을 넘겨주고 다른 성과로 자족할 것인가. 국토를 기업의 껍데기만 남은 쭉정이로 만들지 않기 위한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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