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26)은 조용하면서도 의지가 강하다. 과거 “다 해먹겠다”고 한 인터뷰는 유명하다. 지난 8월 도쿄 올림픽 ‘노 메달’은 그의 마음에 불을 댕겼다. 고진영은 이후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4개 대회에서 2승 2회, 준우승과 6위 각 1회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주 파운더스컵 정상에 오르며 LPGA 개인 통산 10승째를 달성했고, 한국 선수 통산 199승째의 주인공이 됐다.
상승세가 뚜렷한 고진영은 오는 21일 부산 기장군의 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에서 개막하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 상금 200만 달러)에서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 한국 선수가 우승하면 한국인 LPGA 투어 통산 200승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고진영은 기왕이면 그 주인공이 자신이었으면 한다.
한국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첫 우승을 달성한 건 1988년이다. 고(故) 구옥희(1956~2013년)가 스탠더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 이뤘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98년 박세리(44)가 LPGA 투어에 진출했고, 2012년 ‘세리 키즈’인 유소연(31)이 제이미 파 톨레도 클래식 정상에 오르며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의 200승 달성 가능성은 높다. 2002년 CJ 나인브릿지 클래식으로 국내에서 LPGA 투어 대회가 처음 열린 이후 2019년까지 한국에서 개최된 18번의 LPGA 투어 대회 중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이 12회나 된다. 더구나 이번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국 선수의 출전이 예년보다 줄었다.
고진영이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기록하면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뛰어넘게 된다. 고진영은 현재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쳐 이 부문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소렌스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세계 랭킹, 올해의 선수, CME 글로브 포인트 등 각종 타이틀 경쟁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고진영은 1위 넬리 코르다(미국)와 격차도 좁히거나 역전할 수 있다. 코르다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
고진영 외에 박인비(33), 김효주(26), 김세영(28)도 ‘200승 주인공’을 노리고 있다. 2019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장하나(29)를 비롯해 박민지(23), 박현경(21), 임희정(21), 최혜진(22)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도 ‘신데렐라 탄생’을 노린다.
한국에 맞설 외국 선수로는 교포 선수인 리디아 고(뉴질랜드), 이민지(호주), 대니엘 강(미국)과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해나 그린(호주), 셀린 부티에(프랑스)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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