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김씨를 구속하고, 귀국 의사를 밝힌 남욱 변호사까지 불러 조사하는 등 50억 클럽·이른바 ‘그 분’ 의혹을 정조준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씨 구속 수사에 실패하면서 수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에 대한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이 내놓은 이유다. 또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도 사유로 꼽았다.
검찰은 지난 11일 김씨를 소환 조사했다. 이튿날에는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혐의 사실에 따라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이 아닌 김씨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김씨 구속 수사를 급하게 서두르면서 영장 기각이란 결과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자 직접 조사도 건너뛴데다, 영장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입은 손해액을 ‘최소 1,163억원 플러스 알파’라고 기재하는 등 범죄사실조차 정교하지 못해 법원이 혐의 소명 부족이란 결론을 냈다는 지적이다. 또 곽상도 의원(무소속) 아들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퇴직금 50억원을 뇌물로 기재하면서, 김씨가 구체적으로 곽의원에게 어떤 편의를 받았는지도 적시하지 못했다. 핵심 물증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도 들려주지 않아 김씨 측으로부터 피의자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지 4시간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서두른 탓에 구속 수사 실패라는 결과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게다가 귀국 의사를 밝힌 남욱 변호사를 비롯해 핵심 관계자들이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수사 ‘혼란’까지 우려되고 있다. 남 변호사는 최근 국내 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과 구체적인 입국 날짜를 조율 중으로 알려졌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씨 구속 수사까지 실패한데다, 주요 인물들까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수사가 혼선만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 변호사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천화동인 1호 주인이 누구냐에 대해 “본인(김만배)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김씨에게서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는 ‘본인이 주인’이라고 주장한다. 녹취록에는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은 그 분 것’이라는 김씨 발언이 등장한다. 하지만 김씨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반박했다. 남 변호사는 “김씨가 유 전 본부장을 그 분이라 지칭한 기억은 없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