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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역전극 펼친 ‘카뱅’…외국인 ‘사자’는 계속될까 [선데이 머니카페]

시초가 흔들렸지만 끝내 상한가 마감한 카뱅

외국인 매수세에 휘청이던 주가 상승 전환해

증권가 '은행'에 주목하며 고평가 논란 키울때

외인은 '플랫폼'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분석

상승세 이어갈지는 외인 매수에 달려있을 전망

종가 기준 PER 226배 불어나 "추격 매수는 주의"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 /연합뉴스






카카오뱅크(323410)가 무너진 시초가를 딛고 상한가로 마감하는 ‘대역전극’을 쓰며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습니다. “공모가도 비싸다”던 여론과 달리 공모가 대비 79% 높은 가격으로 첫날 거래를 마감한 것이죠. 게다가 ‘상장 첫날 개미는 사고, 외국인·기관은 판다’는 매매 패턴마저 이번에는 완전히 깨졌습니다. 그동안 외국인·기관은 신규 상장주의 상장 당일 매도에 나서는 경우가 잦았지만 카카오뱅크의 경우 대량 매수에 나서며 주가를 끌어올린 주역이 된 것입니다. 카카오뱅크의 무엇이 달랐던 걸까요. 그리고 과연 이 같은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요. 이번 주 ‘선데이 부런치’는 상장 첫날 금융주의 새로운 역사를 쓴 카카오뱅크를 살펴봅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던 카카오뱅크


6일 증시에 데뷔한 카카오뱅크의 시작은 꽤 불안했습니다. 공모주 청약이 시작되기도 전에 공모가(3만 9,000원) 보다 낮은 목표주가(2만 4,000원)를 제시한 증권가 리포트가 발간되며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죠. 청약 이후로도 카뱅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취지의 리포트가 대세를 이뤘습니다.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서 6일 오전 8시 30분 카카오뱅크의 시초가를 결정짓기 위한 장전 매매가 시작됐는데, 분위기는 증권가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 보였습니다. 한때 공모가의 ‘더블’인 7만 8,000원까지 형성된 시초가는 8시 40분께부터 100만 주가 넘는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5만 원 선마저 깨질 듯했죠. 다행히 소폭 반등한 5만 3,700원(공모가 대비 37%)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불안한 투자자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5% 넘게 하락, 5만 1,000원 선에서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분위기는 반전됐는데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창구에서 400만 주의 매수 주문이 나오면서부터입니다. 시장가로 대량 주문이 나오자 등락률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급전환했고 주가는 순식간에 10%, 20%씩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한 번에 그치나 싶었던 외국인 투자가의 대량 매수는 장중 이어졌고 카카오뱅크는 결국 상한가(29.98%)인 6만 9,80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3조 1,620억 원. 금융 대장주로 꼽히던 KB금융(21조 7,052억 원)을 단숨에 앞지르며 상장 하루 만에 국내 1위 규모의 금융 사업자로 우뚝 서게 된 것입니다.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외벽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카뱅의 역전극은 외국인·기관 투자자들 덕분입니다. 외국인은 카카오뱅크를 2,254억 원 어치, 기관은 996억 원 어치를 각각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죠. 사실 증시에 데뷔하는 새내기주를 상장 첫날부터 외국인·기관 투자가들이 대량 매수하는 일은 드문 일입니다. 상장 첫날은 통상 적정주가를 찾아가기 위해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날로 꼽히기에 굳이 손실을 무릅쓰고 매수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겠죠. 실제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모주의 신규 상장 당일 대량 매도에 나서곤 했는데요. 일례로 하이브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TE)의 상장 첫날에도 하루에만 각각 593억, 3,161억 원을 팔아치워 주가 하락의 일등공신(?)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 반대의 양상을 보였는데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사고 개인이 대량으로 파는 모습이 나타난 것입니다.

■은행과 플랫폼 사이 - 카카오뱅크는 정말 비쌌나?


카카오뱅크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뜨거운 ‘러브콜’에 국내 증권사는 당황한 듯 보입니다. 증권가에는 카카오뱅크가 전통적인 은행주와 비교해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카카오뱅크도 결국 은행인데, 카뱅만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는 건 말이 안된다’는 의미였죠. 실제 카카오뱅크는 공모가인 3만 9,000원을 기준으로 봐도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이 각각 3.7배, 56배에 달했습니다. 국내 은행주의 평균 PBR, PER이 각각 0.44배, 5.0배인 점과 비교해 홀로 10배 이상의 고평가를 받은 셈입니다. 아무리 국내 1등 플랫폼 ‘카카오톡’을 보유하고 있어 성장성이 기대된다지만, 공모가가 현재 벌어들이는 순이익의 50배가 넘는다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카카오뱅크를 은행이 아닌 ‘플랫폼’으로 더 주목했던 것 같습니다. 카카오뱅크를 새로운 플랫폼의 하나로 본다면 이 회사가 이룬 혁신의 가치를 결코 저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죠. 국내 전문가 중에서도 이런 의견을 피력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입니다. 그는 “카카오뱅크는 국내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이자 국내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가운데 월간활성이용자(MAU) 1,335만 명으로 1위를 기록한 최대 금융플랫폼 사업자”라면서 “출범 4년 만에 자산 규모가 28조 원의 대형 금융사로 성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세계에서 카카오뱅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 연구원은 카뱅의 이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덧붙였는데 “온라인 상에서 대중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대출을 제공한 독립계 은행은 (전 세계에서도) 소수에 그치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도산했다”며 “동사의 우수한 플랫폼 가치와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혁신적 사업 모델을 고려해볼 때 기존 은행과 단순히 밸류에이션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플랫폼적 가치를 고려한다고 해도 지금의 주가는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6일 종가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PBR과 PER은 각각 10.03배, 225.89배까지 불어났죠.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일각에서는 국내 은행주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기존 금융주들이 리레이팅(재평가) 받아야 하는 건 아니냐는 거죠. 사실 국내 금융주는 해외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저평가되긴 했습니다. 국가별 은행 평균 PER을 보면 면미국·일본이 9.5배, 홍콩 10.5배, 싱가포르 8.4배 등으로 다들 한국(5.0배)보다도 높게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주가 저평가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부족한 미래 성장성을 꼽습니다. 사실 카카오뱅크가 너무 비싸다고 판단했던 전문가들 역시 은행에 대한 규제에 초점을 맞춰 “카뱅 역시 규제 하에 자유롭지 않을 것이기에 고평가는 힘들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상장 둘째 날, 외인 매수 힘입어 상승세 이어갈까


그렇다면 카카오뱅크는 과연 상장 둘째 날인 오는 9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증권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6일 종가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PBR와 PER는 10.03배, 225.89배에 이르는데, 현 주가가 순이익의 200배가 넘는 상황에서 더 오르기는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설명입니다. 실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카뱅의 목표주가를 가장 높게 제시한 곳은 교보증권인데, 주당 4만 5,000원 입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금융 플랫폼’의 확장성을 보유한 은행이며 성장성과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카카오뱅크의 PBR를 국내 은행주의 평균(0.44배)보다 10배 높은 4.0배로 제시하는데 그쳤습니다.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가치를 극찬했던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글로벌 금융서비스와 비교해 카카오뱅크의 적정 PER를 20~30배로 제시합니다. 예컨대 스웨덴의 온라인 금융서비스 회사인 노르드넷 AB(Nordnet AB)이나 브라질의 온라인 금융회사인 ‘Pagsegruo Digital’의 경우 PER가 각각 21배, 31배였습니다. 국내 은행주와 비교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마땅하지만 PER 226배는 아무래도 고평가라는 평가를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주가 예측이란 그야말로 ‘신의 영역’. 누구도 정답은 모릅니다. 일각에서는 상장 첫날의 수급 흐름이 이어진다면 좀 더 상승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매수 원인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상장지수펀드(ETF)나 금융주 펀드 등에서 교체 수요가 나타난 것 아닌가 한다”며 “신규 상장 주는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이 주가를 좌우하는 경향이 높은데 MSCI 지수 편입 등도 유력한 상황에서 외국인·기관의 기계적인 매수 수요가 더해진다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핀테크 업체의 미국 상장이 지연되자 이를 기다리던 대기성 자금 일부가 국내 핀테크 대표 기업인 카카오뱅크에 유입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좀 더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거죠. 모건스탠리(MSCI) 지수 편입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그에 따른 매수세도 기대됩니다.

그럼에도 더 높은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지금 추격 매수에 나서는 일은 반드시 말리고 싶습니다. 언급했다시피 상장 초기 새내기주의 주가 변동성은 극심한 편인데다, 카카오뱅크의 고평가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카뱅의 본질적 사업 영역이 결국은 은행업이라는 점에서 당국의 규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대출 등 은행 상품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등을 하나씩 입증해나가야 할 겁니다. 카카오뱅크의 은행으로서의 경쟁력과 플랫폼으로서의 성장성을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한 후 다시 투자에 나서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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