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 달 동안에만 정부가 전년 대비 11조 원에 육박하는 초과 세수를 걷어 들여 올해 국세 세수가 전년 대비 40조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 및 경기 회복에 따라 양도세 및 법인세 등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올해 세수(稅收)가 정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하위 80% 대신 전(全)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여당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7월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에 따르면 5월 누계 기준 국세 수입은 161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조6,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지난 4월 누적기준 국세 증가분이 32조7,00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월 증가 세수만 10조9,000억 원에 이르는 셈이다. 세외수입(14조6,000억 원)과 기금수입(85조 원)을 더한 총수입은 261조4,000억 원에 이른다.
이처럼 국세 수입이 불어난 것은 국세 3대 축인 소득세·법인세·부가세 등이 회복세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세목 별로 살펴보면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에 따라 법인세가 전년 대비 11조8,000억 원 늘었고 부가세도 4조3,000억 원 증가했다.
이밖에 집값 상승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이 기간 5조9,000억 원 늘었고 주식시장 호황으로 증권거래세(+2조2,000억 원)과 여기에 따라 붙는 농어촌특별세(+1조8,000억 원)도 일제히 증가했다.
수입이 늘면서 나라살림살이를 뜻하는 재정수지는 자연스럽게 개선됐다. 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5월 기준 -20조5,000억 원으로 적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40조8,000억 원이나 줄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각종 예산 지원금 및 기금 지출이 늘기는 했지만 벌이 증가 폭이 씀씀이 오름폭을 앞지른 것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빼 실질적인 나라 살림 현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전년 대비 29조4,000억 원 줄어든 -48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세수가 급증하면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를 더 키워 재난지원금을 늘리자는 여당의 공세는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유력 대권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민주당 내 상당수 의원들은 재난지원금을 전국민 100%에게 지급하고 3조3,000억 원 규모로 편성된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도 지금보다 1조 원 더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여당 내부에서는 소득 하위 90%까지 지원금을 주자는 ‘절충론’이 우세했으나 이날 세수 증가분이 40조 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올해 세수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커 하반기에는 세수증가세만 주춤해질 수 있는만큼 추경 증액 등은 어렵다는 입장이 더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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