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A사가 비영리단체를 표방해 받은 기부금을 부정 사용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후원자들이 해당 기업 대응 방식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찰 수사 상황과 피해 사실 등을 인터넷 블로그 등에 올리는 즉시 비공개 처리해 또 다른 후원자들과의 정보 공유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A사 측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일부 게시물만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24일 서울경제가 접촉한 복수의 A사 후원자들은 “경찰이 A사를 수사 중이라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 올렸지만 얼마 안 돼 비공개 처리됐다”고 토로했다. 2014년부터 7년간 A사에 후원금을 냈다는 김 모 씨는 “지난 7일 피해 사실을 담은 진술서를 보내 달라는 경찰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스미싱 사기일지 몰라 경찰과 직접 통화한 뒤에야 진술서를 보냈다”며 “나처럼 경찰 문자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 네이버 블로그에 관련 내용을 담아 올렸는데 몇 시간 만에 ‘명예훼손’이라며 글이 비공개 처리됐다”고 전했다.
후원자들은 A사의 게시 중단 조치가 자칫 경찰이 피해 사례를 확보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8년간 A사를 후원했다는 지 모 씨는 “경찰에서 문자 메시지를 받고 설마 하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A사를 검색했더니 긍정적인 글만 나와서 문자의 진위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후원자 조 모 씨도 “블로그에 경찰이 보낸 문자와 후원 내용을 올렸는데 다음 날 모두 비공개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부금 사기 피해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을 살펴본 결과 후원자들이 올린 A사 관련 게시 글 상당수가 비공개 처리를 뜻하는 게시 중단 조치가 돼 있었다.
이에 대해 A사는 명예훼손 여지가 큰 일부 게시물만 게시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아직 관련 혐의에 대해 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저희 회사가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확정하고 올린 게시물에 대해서만 게시 중단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상습사기 및 기부금품모집금지법 위반 혐의로 주식회사 A사를 수사하고 있다. A사는 저소득층 아동 후원 사업을 하겠다며 모은 기부금을 본점과 대리점에서 대부분 나눠 갖고, 수혜 아동들에게는 기부금 대신 자사의 온라인 강의 수강권을 전달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은 피해자가 수만 명에 달하고 코로나19로 대면 조사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지난 5월부터 A사 후원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설문조사와 진술서 등으로 피해 사실을 수집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구체적인 피해자와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다.
반면 A사 측은 “우리는 교육 콘텐츠를 판매하는 회사”라며 “소외계층 아동에게 수강 권한을 양도하길 원하는 구매자에 한해 수강권을 양도하는 시스템”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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