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테러에 활용 가능한 보툴리눔 균주를 포함한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를 취급하는 기관의 안전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균주 불법 거래 및 탈취 의혹이 제기돼도 현황을 파악할 만한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질병당국이 법령 개정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은 3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과 함게 보툴리눔균을 보유한 24개 기관을 대상으로 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균주는 미용 성형 시술용 의약품으로 사용되지만 생물테러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질병청이 지난해 12월 2~11일 24개 기관에 대한 서면 조사와 올해 2월 3일~3월 4일 11개 기관에 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진행한 이번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부 기관에서 보툴리눔 균주의 불법 거래 및 탈취 등 방지를 위한 인적보안관리 시스템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관에서는 취급자의 이직을 통해 균주 탈취 의혹이 제기됐으나 취급자 리스트 및 이직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취급자 정의 및 범위와 범죄경력 등 결격사유에 대한 규정과 연구개발 과정을 기록하는 의무 규정이 없는 등 관리의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툴리눔균을 포함한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 실험기록, 취급자 관리,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 자료(DB) 구축을 위한 균주 제출 의무화 등에 대한 법령을 정비하고 균 취급과 관련한 실험·생산 과정에 대한 기록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한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를 보유하는 경우 균주 제출을 의무화 해 허위신고와 불법 거래를 방지하고 위반이 의심되는 기관에 대해서는 수사요청 또는 고발할 예정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신경독소를 만들어내는 보툴리눔균은 생물테러나 사고로 유출 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번 조사로 확인된 관리 체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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