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빌딩 시장의 큰 손이던 유명 연예인들이 잇따라 보유하고 있던 빌딩 매각에 나서면서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택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와 유동성 등으로 호황을 누렸던 빌딩 시장이 고점을 찍고 하락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 연예인들은 자산관리사들의 컨설팅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김태희, 하정우, 소유 씨 등 연예인들이 잇따라 보유 건물을 처분하고 있다. 이들 연예인들은 빌딩 시장에서 큰 손으로 분류되고 있다. 배우 김태희는 2014년 6월 매입한 강남역 부근 빌딩을 지난 3월 203억원에 팔았다. 같은 달 배우 하정우도 3년 전 매입한 강서구 화곡동 스타벅스 건물을 119억원에 처분했다. 배우 손지창·오연수 부부도 2006년부터 보유하고 있던 강남구 청담동 빌딩을 지난 2월 152억원에, 배우 이종석도 2018년 용산구 한남동 소재 빌딩을 지난 1월 35억 9,000만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빌딩 투자가 ‘고점’에 이른 것 아니냐"는 글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빌딩 시장은 아파트 위주 규제로 최근 몇 년 간 호황을 누렸던 분야다.
일단 정부가 빌딩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 하고 있다. 모든 금융권에서 토지·빌딩·상가 등 비주택 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70%로 제한됐다. 기존에는 농·수·신협 등 상호금융권만 행정지도로 관리해 왔지만 이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한 것이다.
특히 7월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비 주택에 대한 신규 담보대출의 LTV가 40%로 제한된다. 주택과 같은 수준의 LTV를 적용해 투기를 막겠다는 정부의 의도다. 현재 서울의 경우 강남구 삼성·대치·청담·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용산구 이촌동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그간 부동산 규제가 주택 시장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꼬마빌딩이나 상가에 유동자금이 몰렸다. 건물 가격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보니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면서도 임대수익과 매각 차익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매매가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대출이 불가능해 현금으로만 매입해야 하면서 주택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꼬마빌딩 시장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아왔다. 하지만 대출 규제로 ‘돈줄’이 묶이면 매수자의 자금 부담이 늘어 거래가 얼어 붙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리얼티코리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지역의 100억 원 이하 빌딩 거래는 222건, 1조 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42건, 7,400억 원)과 비교할 때 거래 건수와 금액이 각각 56.3%, 36.5%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감소세가 뚜렷하다. 50억~100억 원 미만 거래는 지난해 4분기 105건에서 올 1분기 82건으로 줄었다. 50억 원 미만은 이 기간 동안 168건에서 140건으로 감소했다.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3분기 최고점을 기록한 후 계속 감소 추세를 그리고 있다. 정부는 당시 6·17 대책, 7·10 대책 등 주택 관련 규제를 잇따라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에 빌딩 거래가 폭증한 이유다.
일단 시장에서는 꼬마빌딩 거래가 줄어든 것은 공급 부족이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이재국 리얼티코리아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 내내 꼬마빌딩 거래가 많이 이뤄지면서 현재는 매물이 부족하다”며 “반면 대기 수요는 여전히 많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잇다른 규제 강화로 빌딩을 찾는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보유세 인상에다 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가치 조정 등도 시장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자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다”며 “큰 손들이 미리 움직인다는 점에서 연예인들의 잇다른 건물 처분은 업계에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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