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가 한국은행의 존립 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여당은 한국은행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맞춰 물가 안정 뿐만 아니라 고용 안정에도 이바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의 목표가 상충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1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폴리뉴스 상생과통일포럼 토론회에서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의 중앙 은행처럼 양적 완화 뿐만 아니라 질적 완화, 포용적 금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뒷받침을 할 때 금융이 더욱 더 위기 극복에 중요한 기관으로 역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코로나19) 위기를 통과해서 극복해 나가는데 정부의 역할 못지않게 금융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고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만 아쉬운 점은 금융을 또 이끌고 뒷받침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역할이 좀 부족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경협·박광온·양경숙 의원 등은 한국은행 법에 명시된 한국은행 존립 목적에 ‘고용 안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한은법 1조(목표) 1항은 ‘이 법은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1조 2항은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에는 금융 안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김 의원은 1조2항을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수행 시 금융 및 고용의 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로, 박 의원은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수행 시 금융 및 고용의 안정과 인구구조의 균형에 유의해야 한다’로 수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 의원은 1조 3항을 신설해 ‘한국은행이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에는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고용 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다만 기재부 내에서는 이같은 한은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이라는 목표가 상충할 수 있다”며 “수단도 없는데 목표를 너무 많이 두면 둘 다 이루기가 어렵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정연호 기재위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2월 한은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통화량이 증가하면 생산량이 증가해 경기가 부양되는 효과와 동시에 물가가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즉, 한국은행이 고용 안정(실물 경기의 부양)을 위해 확장적 통화 정책을 사용하는 경우, 시중의 유동성이 확대되어 물가가 상승하므로 물가 안정이라는 한국은행의 다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 저금리 유지정책에도 불구하고 저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용안정을 위하여 유동성을 증가시키더라도 물가 안정의 목표가 저해될 우려가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 수석전문위원은 한국은행의 존립 목적에 고용 안정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3건의 개정안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를 추가하면서도 새로운 정책 수단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향후 심사 과정에서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수석전문위원은 ‘복수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정책 수단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틴버겐 법칙(Tinbergen’s theorem)‘을 인용하며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 외 추가로 정책목표를 설정하기위해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추가할 필요가 있는데, 현행법 체계상 한국은행이 보유한 통화정책 수단은 기준금리조정이 유일한 바 고용 안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수단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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