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노려 만삭 아내를 사고로 가장해 죽인 혐의를 받은 남편이 무죄를 받으면서 보험금 지급 소송도 5년만에 재개됐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아내 살인 혐의와 보험사기 혐의에 대해 지난달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남편 이모(51)씨가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이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서 속행됐다.
이씨는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부근에서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일부러 들이받아 동승한 만삭 아내(당시 24세)를 죽인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아내가 사망하면 총 95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드러나 보험사기 혐의도 함께 받았다.
2016년 이씨는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남부지방법원 등에 제기했으나 당시 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소송이 중단됐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한 민사소송 13건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대법원에서 이씨의 살인·보험사기 혐의에 모두 무죄가 확정되자 민사소송이 곧바로 시작된 것이다.
이씨가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생명 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은 지난달 변론이 재개됐으며 다음날에도 변론 기일이 잡혔다.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과 이씨가 계약한 보험금은 각각 31억원과 29억원이다. 이씨가 승소한다면 보험금 원금에 7년치 지연 이자까지 더해 받게 된다. 이를 포함하면 A씨가 받을 금액은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이씨와 교보생명 간 소송도 변론 기일이 지정됐다. 한화생명도 법무법인을 선정해 소송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씨가 보험사기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민사소송 결과를 예단하기는 힘들다. 이씨의 유무죄와 무관하게 보험 가입에 부정한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되면 계약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보험금을 노리고 지인의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은 피고가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도 사망 직전 가입된 보험 계약은 인정되지 않은 서울고등법원의 판례가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보험금 부정 취득 의도를 입증하는 직접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도 보험계약을 무효로 판단하는 대법원 판례도 나왔다. 대법원은 '부정한 목적'을 판단한 정황으로 △과도한 보험계약 체결 △단기간 집중적 계약 체결 △거액 보험금 수령 △기존 계약 및 보험금 수령 관련 알릴 의무(고지 의무) 위반 △입·퇴원 횟수와 기간 등을 열거했다.
이씨의 재판에서는 6년 동안 아내 앞으로 11개 보험사에서 생명보험 25건을 계약해 매달 360만원을 지급한 것이 과도한 보험계약에 해당하는지가 주요 쟁점일 것으로 관측된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