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대상으로 연속 살인을 저지른 ‘노원 세 모녀’ 살해범 김태현이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여성 대상 살인사건 중 주변인까지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이 57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의전화가 8일 발표한 ‘2020년 분노의 게이지: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여성살해 사건 285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 여성의 주변인이 피해자와 함께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가 57명에 달하면서 전체 사건의 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인들은 피해자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피해 여성의 자녀가 많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살인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8명에 달했고 나머지 39명은 살인미수 등으로 중상 피해를 봤다. 가해 남성들은 여성들을 집요하게 스토킹하기도 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실제 주변인 피해 사례 중에는 피해자와 그 자녀들을 가해자가 모두 살해한 후 가해자 본인 역시 자살 혹은 자살 시도를 한 경우가 많았다”며 “그 맥락을 살펴보면 ‘동반 자살’보다는 가해자에 의한 ‘일방적인 살인’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여성살해 범행 동기로는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를 꼽은 경우가 53명(23.3%)으로 가장 많았으며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 52명(22.8%)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 34명(14.9%) △‘자신을 무시해서’ 9명(3.9%) △‘성관계를 거부해서(성폭력)’ 6명(2.6%) 순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자신과 친밀한 관계에 있던 한 여성의 목숨을 빼앗거나, 빼앗을 각오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이들이 대부분 ‘자기 뜻대로 따라주지 않아서’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와 연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통 남성이 따라왔을 때 여성 입장에서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사람이 가장 가까운 사람인 부모님이나 친구 등”이라며 “가해자들은 내가 만나고 싶은 여성이 나를 못 만나는 주된 이유가 그 주변인들 때문이라고 비난의 초점을 바꿔 그들도 함께 범행 대상으로 삼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지수 인턴기자 jisuk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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