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으며 ‘긴축 발작’ 조짐을 보인 데 이어 국내 대출이자도 들썩이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신용 대출 금리는 2월 25일 연 2.59~3.65%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말 1.99~3.51%까지 떨어진 데 비하면 하단 기준으로 0.6%포인트나 급등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고 3.95%까지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연 0.5%로 묶고 있는데도 대출이자가 급등하는 것은 긴축 예상으로 시중금리가 상향 곡선을 그리는데다 은행들이 당국의 가계 부채 축소 지시에 맞춰 우대금리 폭을 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출금리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6일 1.427%로 다소 진정됐지만 조만간 다시 솟구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통화 당국의 입김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 우려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통화 완화 정책 축소를 부인했음에도 하루 만에 금리가 급등하며 쇼크가 나타났다. 돈줄을 조이기도 전에 시장이 지레 겁을 먹고 ‘긴축 없는 긴축 발작’ 징후를 보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다.
글로벌 시장이 살얼음판인데도 우리 당국은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당장 시장이 요동치며 빚투(빚 내서 주식 투자)족이 대거 반대매매에 몰릴 수 있다.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2월 15일 기준 21조 6,627억 원으로 1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대출이자 급등으로 부동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한 사람들도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가계 신용은 지난해 말 1,726조 원가량으로 1년 새 125조 8,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만기가 일괄 연장된 중소기업 대출도 부실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선거용 정책에 매달리지 말고 경제 위기의 트리거가 될 부채 폭탄을 제거할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달 중순 내놓을 ‘가계 부채 관리 방안’은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시나리오별 위기에 대응하는 복합 대책이 돼야 한다. 개인들도 뇌동매매를 지양하고 자산 상태를 선제적으로 정밀 점검해야 한다. 나라 곳간이 텅 빈 상황에서는 개인과 기업 모두 스스로 건전성을 지켜야 생존할 수 있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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