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빈소를 조문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고인에게 직접 술잔을 올리며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유가족에는 부인 김정숙씨와 딸 원담·미담·현담, 아들 일씨가 있다. 이번 조문 일정은 전날 오후 늦게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착용한 문 대통령은 양기환 장례위원회 대변인의 안내에 따라 빈소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서 묵념 후 국화 한 송이를 내려놓았다. 문 대통령은 "술 한 잔 올리고 싶다"고 말한 뒤 직접 술잔을 올리고 영정 사진 앞에서 절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목례 후 장남 백일 씨를 바라보며 "아버님하고는 지난 세월 동안 여러 번 뵙기도 했고, 대화도 꽤 나누었고, 집회 현장에 같이 있기도 하고 그랬었다"면서 고인과 함께한 추억을 떠올렸다. 백일 씨는 문 대통령에게 "살아 생전에 뵈었으면 더 좋은 말씀을 해 주셨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제는 후배들한테 맡기고 훨훨 그렇게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인의 장녀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아버님이 세월호 분들에 대해 가장 가슴아파하셨다"면서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 지도부의 구조 책임이 1심에서 무죄가 되고 많이 안타까워하셨다"고 전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정부는 특별히 더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다 하고 있는데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규명이 속시원하게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통일에 대한 고인의 살아 생전 당부를 담은 영상도 휴대폰으로 시청했다. 고인은 지난해 폐렴 증상으로 입원할 무렵 문 대통령에 당부의 말을 전하기 위해 이같은 영상을 녹화했다고 한다. 영상 속에는 "다가서는 태도, 방법 이런 것 다 환영하고 싶습니다. 생각대로 잘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한마디 해 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 가기 위한 노력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역사에 주체적인 줄기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 운동의 그 맥락 위에 섰다는 깨우침을 가지시길 바랍니다"라는 고인의 육성이 담겼다.
영상을 시청한 문 대통령은 "(영상을) 보내달라"면서 동행한 탁현민 의전비서관을 향해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유족들은 문 대통령에게 고인이 남긴 하얀 손수건과 저서 1권을 선물했다. 백원담 교수는 "아버님이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면서 통일열차가 만들어지면 하얀 손수건을 쥐고 고향인 황해도에 가고 싶다고 했다"며 "아버님의 모든 자산이 담긴 마지막 책"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재임 중 빈소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선 조문은 △2018년 1월 밀양 화재 피해 합동분향소 방문 △2019년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평화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 빈소 방문 △2019년 12월 소방헬기 추락사고 합동영결식 방문 △2019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서울 동교동 사저 방문 등이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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