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완화 이전과 비교할 때 손님 차이가 별로 없네요. 아직은 영업시간 연장 효과가 체감되지 않습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조치가 이뤄진 첫날인 지난 15일 오후 7시.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한숨만 내쉬었다. 저녁 시간대임에도 28석 규모의 가게에는 손님이 9명뿐이었고 빈자리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근 주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도 “날씨가 추워진 영향도 있겠지만 손님은 지난주보다 더 줄어들은 느낌”이라며 답답해 했다.
두 달 넘게 이어지던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되며 이날부터 서울 식당과 카페, 노래 연습장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늦춰졌다. 유흥주점·헌팅포차 등도 집합 금지가 풀려 오후 10시까지는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날 서울 곳곳의 유흥가는 거리 두기 완화 이전과 크게 다를 것 없이 대체로 한산했다. 강남역 인근 유흥가는 인적이 드물어 휑한 느낌까지 들었다. 유동 인구가 없다보니 이면 도로에 위치한 식당도 손님이 적었다.
평소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마포구 홍대거리도 마찬가지로 조용했다. 쌀쌀해진 날씨가 겹친 탓인지 유동 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연남동 ‘경의선 숲길’과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는 영업 제한 시간까지 한 시간 반 남은 오후 8시 30분임에도 몇몇 사람들만 지나다닐 뿐이었다.
대로변에 위치한 4층 규모의 한 대형 오락실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한 층에 120㎡는 훌쩍 넘을 듯한 매장에 사람은 고작 5~6명뿐이었다. 방역 수칙에 따르면 오락실은 8㎡당 1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오락실 옆 유명 프랜차이즈 노래방 역시 비교적 한산했다. 오후 9시를 넘겨 2차 손님을 기대하던 한 실내 포차에는 5개 테이블 중 1팀의 손님만 있었다. 직원 서 모 씨는 “오후 9시 이후 추가로 온 손님은 한 명도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시설에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방역에 구멍이 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았다.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 PC방은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00석에 가까운 규모의 PC방은 오후 10시가 지난 시각에도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날 PC방을 찾은 A 씨는 “친구와의 술 약속 이후에 PC방을 방문했다”며 “술집이 전부 10시에 문을 닫아 귀가 전에 게임을 조금 즐기려고 왔다”고 말했다.
홍대 클럽거리에 위치한 일부 가게에도 손님들이 몰린 모습이 포착됐다. 대체로 거리 두기도 지켜지지 않고 마스크를 벗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가게 내부 역시 방역 수칙에 따르면 한 칸씩 띄어 앉아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자영업자들은 이번 거리 두기 완화 조치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B 씨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 때문에 단체 손님을 못 받는 것은 여전하니 영업시간 1시간 연장해줬다고 크게 피부에 와닿는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수제 맥주 가게를 운영하는 손 모 씨는 “오늘(15일) 매출이 지난주 월요일에 비해 10%가량 늘은 정도”라며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걱정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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