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지난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를 나흘 앞둔 지난달 28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군부 측의 막판 담판이 결렬되면서 쿠데타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수치 고문이 이끄는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선출직 의원의 83.2%를 석권한 지난해 11월 총선을 전후해 군부가 끊임없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수치 고문과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관계도 소원해져 몇 달간 직접 대화를 나누지도 않은 상태였다고 수치 고문의 측근이 전했다.
이에 따라 흘라잉 사령관이 측근을 통해 수도 네피도와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수치 고문 측과 담판을 시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28일 네피도에서 있었던 담판 결렬이 쿠데타를 촉발한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군부는 이 자리에서 부정선거 의혹 조사를 거듭 요구했으나 수치 고문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군부 측 대표단은 수치 고문 측을 향해 "군이 모욕당했다"면서 "당신들 너무 나갔다. 무례하고 버릇없다"며 거칠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2월 1일로 예정된 문민정부 2기 의회 개원 연기, 선거관리위원회 해산, 군 감독하에 선거 부정 재조사 등 최소 3가지 요구 조건을 제시하고 1월 29일 오후 5시까지 수용하라고 최후 통첩을 전했다. 이 때문에 회담에 참석했던 수치 고문의 최측근 초 틴트 스웨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치 고문은 쿠데타를 직감한 듯 자신의 휴대전화기가 군부의 손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 부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쿠데타 전날인 1월 31일까지 군부와 수치 고문 측이 접촉하기는 했으나, 수치 고문 측은 군부의 최후통첩 시한 이전에 이미 쿠데타를 기정사실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담판이 결렬되자 무장 차량들이 양곤을 비롯해 여러 도시 주변으로 이동했고, 군부 지지자 수백 명이 양곤 시내를 행진했다. 수도 네피도에서도 군부 지지자들이 탑승한 트럭들이 도로를 활보했다.
수치 고문의 측근이자 NLD 중앙집행위원인 윈 흐테인 의원은 1월 29일 로이터 통신과의 통화에서 "쿠데타가 임박한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가방을 싸고 체포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군부는 1월 30일 헌법 수호를 약속했으나 다음 날 네피도로 병력을 이동시켰고, 지난 1일 오전 3시 인터넷을 차단하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한편 미얀마에서 쿠데타에 반발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군정이 최루탄 및 고무탄까지 발사한 데 이어 실탄을 발포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유혈 사태'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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