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북한 원자력발전소 추진 의혹과 관련한 야당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건네진 USB 내용을 직접 공개할지 주목된다. 야당의 공개 요구와 관련해 정부는 “외교 문서”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으나 청와대 참모였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공개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소통수석을 역임한 윤 의원은 이날 “검토가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청와대가) 필요하다면 (북에 건넨 USB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차원에서 USB 공개가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청와대 내부에서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선을 넘은 정치 공세이자 색깔론”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선 야당의 의혹 제기를 정면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 참모들의 격앙된 반응에 이어 문 대통령도 이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북한 원전 추진 의혹 공세의 고삐를 바짝 쥐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판문점회담 이후 문건이 작성되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운 배경에 비춰보면 국민적 동의 없이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는 계획이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국회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과장급 공무원이 북한 원전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은 궤변”이라면서 “자체 검토만 한 문건이라면 왜 이름도 복잡한 핀란드어로 바꾸는 생고생을 하며 삭제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더 깊은 혼란 전에 문 대통령이 ‘미스테리 문건’ 진행의 실체를 알려 결자해지하라”고 촉구했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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