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시 동작구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생활을 했던 직장인 A씨와 가족들은 격리해제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상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A씨와 함께 확진된 배우자의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를 요구했고, 어린이집은 A씨 자녀의 등원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회사와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음성 확인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A씨와 가족들은 따로 음성 확인서를 받지 않았다. 음성·양성을 판단할 만한 검사 자체를 받지 않은 채 퇴소한 탓이다. A씨 가족이 격리해제 당시 받은 서류는 ‘격리해제 확인서’ 뿐이다. A씨는 음성 확인을 받고 직장과 어린이집 등에 복귀하기 위해 관할 보건소에 코로나19 재검사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문의했지만 “확진 후 완치자는 따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며 “격리해제 확인서로 갈음하라”는 답변만 받았다.
양성 판정 후 격리...열흘 만 지나면 검사 없이 퇴소? |
최근 A씨처럼 확진 후 격리 해제 조치된 이들 중 이 같은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방역당국이 이미 6개월 전 개정한 지침이 지역사회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는 것. 방역당국은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확진자들에 대해 치료 7일 이후 24시간 간격으로 PCR 검사를 진행해 2회 연속 음성이 나와야 퇴소하도록 했다. 양성이 나오면 추가로 7일 더 입원한 후 다시 검사를 받도록 했고, 유증상자는 해열제를 먹지 않아도 증상이 완전히 사라져야 퇴원할 수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6월 격리해제 기준을 완화했다. 개정 지침에 따르면 무증상자는 확진 후 10일간 증상이 발생하지 않으면 격리해제가 가능하고, 유증상자는 발병 후 10일이 지난 후 72시간 동안 해열제 복용 없이 발열이 없다면 격리해제 된다. 증상이 호전될 경우 추가로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생활치료센터에서 퇴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기석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당시 “PCR 음성을 격리해제 기준으로 설정하면 불필요한 장기 입원이나 격리로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고 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제때 입원을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호주 등 주요국에서도 PCR 음성을 격리해제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격리해제 확인서'로 대체 안돼...퇴소자 '낙인'에 울상 |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완치자는 확진 사실을 숨긴 채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재검사를 받기도 한다. 최근 생활치료센터에서 퇴소한 한 완치자는 “방역당국이 직장과 기관 등에 확진 후 시간이 지나면 전파력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며 “행정 편의를 위해 지침만 개정하고 그에 따른 피해는 민간에 맡기는 건 책임을 회피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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