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저녁부터 7일 아침까지 서울에 사상 최악의 ‘폭설 대란’이 빚어지면서 서울시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난이 여전하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뒤늦게 사과문을 내놨지만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공직 기강이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8일 서 권한대행은 폭설 대란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 여론이 잇따르자 이날 오후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 권한대행은 “기습 폭설에 3년 만의 한파가 겹쳐 제설 작업이 이뤄지지 못해 서울시민께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열에너지 방출 제설 시스템 등 첨단 제설 장비를 도입해 눈이 오기 전에 미리 대비하는 제설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폭설 대란을 둘러싼 서울시의 대응을 보면 총체적인 부실이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앞서 기상청은 6일 서울 전역에 폭설을 예보하고 서울시에 제설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당일 수도 계량기 동파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하는 안내문을 공지한 것 외에 사실상 별다른 대책을 취하지 않았다. 6일 오후 퇴근길에 서울 남부권의 기습 폭설로 극심한 교통대란이 빚어지자 서울시는 그제서야 제설 차량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퇴근길 차량에 갇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7일 오전 출근길에도 극심한 교통 혼잡이 이어졌지만 서울시는 별다른 안내나 공지를 하지 않았다. 당일 오후 2시에야 24시간 상황실을 가동하고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이 때문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시장 권한대행 체제에 들어간 서울시의 행정 공백이 여실히 드러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권한대행 체제 7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서울시가 정책환경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파 대란이 일어난 6일 서 권한대행이 서울시 고위공무원 인사를 단행하고 도로관리과장을 교체한 것이 대표적이다. 도로관리과장은 서울시 도로 전반의 운영과 관리를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직책이다.
서울시는 정기 인사라는 입장이지만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3개월 앞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사를 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서 권한대행은 같은 날 임기 3년의 교통방송(TBS) 이사장에 유선영 성공회대 교수를 임명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미디어재단이 운영하는 TBS는 야당으로부터 정권 편향적인 방송을 내보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에도 서울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을 강행하면서 시민 단체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비롯한 시민 단체들은 권한대행 체제에서 서울시가 800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법적 투쟁에 돌입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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