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정치부 기자들이 한 순간 술렁였습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는 소식 탓이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 기자들도 랜선 업무가 한창이다 보니 메신저상에서 “결국 가세연이냐” “출마선언 할 곳이 없어 논란만 일으키는 가세연에 출연하나” 등 부정적인 기류가 역력했습니다. 이후 가세연이 ‘[단독]나경원 서울시장 출마선언’으로 제목장사를 했을 뿐 나 전 의원이 실제 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전해지며 헤프닝으로 일단락 됐지만 이날 방송 출연은 나 전 의원의 최근 행보와 비교해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혀서입니다. 실제 나 전 의원이 차분히 하나씩 풀어내는 메시지의 행간을 읽다 보면 그 행보가 단순하지 않습니다.
군입대로 짧게 머리 깎은 아들과 포옹하는 '엄마'
본격적인 정치 재개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나다르크’가 아닌 ‘엄마’로 시작한 겁니다. 나 전 의원은 서울대병원에서 발급받은 소견서도 함께 올렸습니다.
소견서에는 1997년 12월 11일 유도분만을 위해 입원했고, 다음날 유도분만을 시행해 3.95kg의 남아를 출산하고 14일 퇴원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아들 군 입대 날에 맞춰 일각에서 제기된 아들 ‘원정 출산’ 의혹을 적극적으로 반박한 겁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인 아들의 군대 문제는 늘 상대진영의 공격 포인트가 되곤 하는데 이를 원천 차단해 버리는 시도입니다. 원정 출산 논란을 이렇게 넘기며 ‘엄마’로 정치 복귀를 신고한 나 전 의원의 발걸음이 이때부터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장·전당대회·대선까지…폭넓게 열어놓고 보고있다"
어떻습니까.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의지가 읽히시나요. 실제 나 전 의원은 새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내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1위를 기록하는 등 당내 경선 승리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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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타는 예능 출연입니다. 가세연 실시간 방송에 출연한 이날 나 전 의원이 출연한 TV조선 ‘아내의 맛’도 방송이 됐습니다. 딸 유나 씨가 등장과 동시에 그룹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에 맞춰 화려한 드럼 솜씨를 보여줬고, 이에 대해 나 전 의원은 “드럼을 전공했다. 현재 음악앙상블 소속이다. 연주 중인 전자드럼은 소리가 아예 안 나게 할 수 있다. 집에 방음 설치도 돼 있다.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드럼을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즐거워 보이지만 연주할 땐 굉장히 스트레스 받아한다. 연주를 앞두고 잠도 못 잔다.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약 12년간 했는데 드럼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나 씨와 관련해 나 전 의원은 수년 간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과 입시비리 의혹을 받았지만 최근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함께 이날 방송으로 그간의 논란을 털어버린 셈이 됐습니다. 방송 녹화 직전 입대를 앞둔 아들 현조 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입대세트’를 주문해 받으며 나 전 의원은 남편 김재호 판사의 군 입대 시절 이야기도 전합니다. 나 전 의원은 딸에게 “아빠 군대 갈 때 엄마가 쫓아갔다”고 말한 뒤 남편을 향해 “방위 입대한 곳이 어디야”라고 질문을 합니다. ‘원정 출산’논란까지도 유머로 넘기는 여유까지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자녀 의혹을 ‘예능’으로 정면 돌파해버리고 ‘엄마’ 나경원으로 돌아온 겁니다.
'아내의 맛'출연…일상 공개
그런데 이날 뜻밖에 가세연에 출연을 한 겁니다. 더구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았습니다. “서울시장 출마하시는 거죠”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저요?”라고 반문한 뒤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패널들이 “저희가 등 떠밀 테니 나가세요”라고 하자 나 전 의원은 그저 웃기만 했습니다. 웃기만 했는데 이날 가세연 조회수 17만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제 눈치 채셨습니까. 논란과 의혹을 털어내며 예능까지 출연해 호감도를 높여 ‘산토끼’를 잡고 논란 많은 강성 보수 유튜브에서 웃음으로 ‘집토끼’를 잡는 나 전 의원의 전략. 그는 1년 임기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할까요. 오는 4월 김종인 비대위 임기가 끝난 뒤 열릴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에 도전하게 될까요. 아니면 그 이상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산토끼’ ‘집토끼’ 다 잡으려는 나 전 의원의 전략은 통할까요. 최종 결심은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해집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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