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이번에는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이를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 돌파구가 마련됐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하마드 이븐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날 통화를 하며 이스라엘과 바레인의 완전한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는 공동성명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두 위대한 친구인 이스라엘과 바레인이 평화협약에 합의했다”며 “이스라엘과 평화를 찾은 두 번째 아랍국가!”라고 적었다.
인구 약 160만명의 바레인은 대표적인 중동의 친미국가다. 미 해군 5함대가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 본부를 두고 있고 지난해 6월 미국 정부가 중동평화경제계획을 발표한 국제 워크숍이 열린 곳도 마나마다. 바레인은 15일 이스라엘과 UAE가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서명식을 여는 데 합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UAE 건에 이어 또다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의 외교관계 정상화 소식을 직접 전한 것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선거용 외교성과 쌓기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 경제관계 정상화 합의를 발표하기도 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선거를 앞두고 역사적 평화합의를 만드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합의는 실제 중동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UAE에 이어 바레인까지 이스라엘과 다시 손을 잡기로 하면서 친미국가이면서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할지가 관건이다. 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 데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수교할 나라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크게 기대한다”며 “합류하려는 다른 나라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바레인 왕실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저지른 범죄의 공모자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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