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책 발표 당일 수도권 곳곳에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책에서 빗겨난 김포·파주는 물론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편입된 수도권 지역에서도 전 고가를 뛰어넘는 실거래들이 나오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부자들이 대거 가세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규제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일시에 몰렸다고 보는 시각과 워낙 많은 규제로 시장에 내성이 더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갭 투자를 막아도 대출을 받지 않는 현금부자들에게는 ‘6·17 대책’ 역시 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책 발표 날 나온 신고가>
23일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수원 영통구 ‘광교중흥S-클래스’ 전용 84.9㎡는 14억 7,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갱신했다. 거래 일자는 6·17 대책이 발표됐던 지난 17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광교호수마을참누리레이크’ 전용 111.6㎡ 또한 5월 전고가(9억9,200만원) 대비 1억 5,000만원 높은 값인 11억 4,800만원에 거래됐다.
광교신도시는 지난 6·17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됐다. 이에 해당 지역들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받는 것은 물론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LTV 20%가 적용된다. 15억 초과 주택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서울과 똑같은 규제 강도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평택시 용이동 ‘용이2차푸르지오’ 전용 135㎡는 4억 4,800만원에 매매됐다. 전고가 대비 4,100만원 오른 값이다. 다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일산서구 주엽동 ‘문촌3단지우성’ 전용 163㎡ 또한 7억 8,000만원에 손바뀜됐다. 4월 거래와 비교하면 4,000만원 가량 오른 값이다.
김포·파주 등 이번 대책에서 빗겨난 지역들 또한 투자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김포시 걸포동 한강메트로자이1단지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 17일 전고가 대비 1,100만원 오른 5억 6,820만원에 거래됐다. 파주 야당동 ‘한빛마을5단지캐슬앤칸타빌’ 전용 59.4㎡ 또한 규제 발표 이후인 지난 18일 3억 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갱신했다.
.
<규제에 내성 커지는 시장>
이런 가운데 시장은 규제에 내성을 더 키우는 모양새다. 서울경제가 민간통계인 KB국민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2년간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 꼽히는 9·13대책과 12·16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 하락 기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간 단위로 9·13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값은 무려 22주간 추락했다. 당시 추풍낙엽처럼 가격이 떨어지면서 ‘강남불패’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다. 5개월간의 하락 이후 서울 집값은 원상회복되며 종전 최고가를 넘어섰다. 급기야 정부는 2019년 또 한 번의 초강력대책인 12·16대책을 내놓았다. KB 자료를 보면 이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값은 3주간 보합세(0.00%)를 기록했을 뿐 단 한 번도 하락하지 않았다. 특히 이 기간은 코로나 쇼크까지 겹쳤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 공식통계인 한국감정원 자료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하락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단축된 것이다. 감정원 자료를 보면 9·13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값은 32주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12·16대책 때는 9주간의 하락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이번에 ‘6·17대책’을 내놓은 것도 12·16대책의 충격파를 시장에서 빨리 극복해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대책 역시 현금부자들에게는 별다른 여파를 미치지 않는다. 대다수 규제 내용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주인들에 한정된다. 이에 현금부자들은 전세를 안고 집을 매입하는 ‘갭 투자’ 방식으로 싼값에 집을 여러 채 마련하는 상황이다. 전세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규제로 법인, 갭 투자자들이 쏟아낸 급매물들 또한 이들이 저렴한 값에 소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