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중에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예상보다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래 신도시 지정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될 때 투기를 방지할 목적으로 나대지 등에 지정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이번에는 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즐비한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버린 탓이다. 복잡다단한 이해관계가 얽힌 도심 한복판의 부동산 시장에 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세부 규정도 미비해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입자 있으면 사실상 매매 불가…“재산권 침해” 논란
오는 23일부터 1년 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대치동 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주거지역은 토지면적(공동주택은 대지지분)이 18㎡, 상업지역 20㎡ 초과할 경우 계약하기에 앞서 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평수로는 주거지역이 5.4평, 상업지역은 6.1평에 불과한 면적이니 사실상 대부분의 거래를 허가받아야 하는 셈이다. 만일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 질 수 있다.
구청이 허가를 내주는 기준은 단 하나, ‘실사용’ 여부다. 주택이라면 매수자가 잔금과 동시에 입주해야 하고, 상가라면 주인이 직접 들어가 장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사들인 경우, 2년 간은 매매와 임대가 금지된다. 부동산 투자, 특히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강력한 대책이 바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다.
즉 전세나 월세가 있는 집은 구역에서 해제될 때까지 팔 수 없게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매수자가 바로 실거주를 해야 하는데, 세입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매수자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현 시점 기준에서 전세 계약이 1년 정도 남은 집을 사서 1년 후에 들어가겠다고 해도 허가가 안된다. 미래의 입주 여부야 어떻든, 현재로서 전세를 끼고 사는 행위는 갭 투자이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한 극단의 대책이라고는 하지만 소유주들은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본인 소유의 집을 원하는 때에 팔 수도 없냐는 것이다.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 4개 동 아파트 규모는 6만 가구에 달한다.
◇꼬마 빌딩, 주인이 직접 다 경영해라?
상업용 빌딩은 실사용 기준이 불명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원칙은 장사를 하든 거주를 하든, 해당 목적에 맞게 본인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꼬마빌딩이라고 해도 주택보다 면적이 훨씬 넓은데, 이를 소유주가 모두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관련한 규정도 없는 상황이어서 국토교통부는 긴급히 기준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면적 중 일정 비율을 반드시 소유주가 실사용 하도록 규제할 전망이다.
한편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직 지정되지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발 빠르게 ‘틈새 거래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소규모 매물을 찾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 규제 기준 면적인 주거지역 18㎡, 상업지역 20㎡ 이하의 물건을 거래하는 것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전용면적이 아닌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기 때문에 초소형 아파트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업계 및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서 확인한 결과 송파구 잠실동에는 ‘리센츠’의 소형아파트 일부,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1단지에서도 일부가 대지지분 18㎡ 이하로 규제에서 자유로웠다. 리센츠 전용면적 27.68㎡는 대지지분이 13.06㎡로 18㎡에 못 미친다. 삼성 힐스테이트 1단지도 전용면적 31.402㎡가 대지지분 14.566㎡로 규제 기준 이하였다.
경매시장에서도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눈여겨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도 경매로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는 규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용산구에서는 경매로 단독주택을 취득한 사례가 나왔다. 지난 2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된 대지면적 46㎡의 단독주택은 감정가 6억 688만 6,000원의 두 배에 가까운 12억 1,389만 2,000원에 주인을 찾았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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