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속한 단체에 정치자금을 불법 ‘셀프후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김 전 원장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지만 법원이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형을 내린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정진원 판사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원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김 전 원장은 지난 2016년 국회의원이었을 당시 자신이 받은 잔여 후원금 가운데 5,000만원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소속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후원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자마자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해 1년 넘게 9,45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아 ‘셀프기부’ 논란이 일었다.
2018년 4월 금감원장에 임명된 김 전 원장은 셀프후원 논란을 비롯해 2014~2015년 피감기관인 한국거래소 등의 지원을 받아 세 차례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2주 만에 사임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김 전 원장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김 전 원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인 피고인은 친목단체 또는 사회단체로 볼 수 있는 더좋은미래의 구성원으로서 이전에 납부했던 회비보다 훨씬 초과하는 금액을 기부했다”며 “이는 정치자금과 관련해 부정을 방지하고 민주정치의 발전을 준수하는 정치자금법 취지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5,000만원을 기부한 후 (피고인은) 그 재단법인으로부터 임금과 퇴직금 명목으로 9,450만원을 수령했다”며 “기부금 일부가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됐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용되지 않는 위법한 기부행위였다”며 벌금 3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김 전 원장은 재판 결과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시 기부금은) 정책 중심의 정치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에서 정치활동을 위해 출연한 자금”이라며 “법원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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