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위원장에게 23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6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5월21일, 지난해 3월27일, 4월2~3일 총 네 차례 국회 앞 집회를 진행하며 안전 울타리 등을 허물고 국회 경내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민주주의 원리상 다양한 의견 표출이 가능하나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징역 4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김 위원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집회 참가자들의 국회 진입을 막으려고 안전펜스를 설치한 상황에서 실력으로 진입을 강행하면 경찰관 폭행이나 안전펜스 파손이 당연히 수반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행위가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피고인은 참가자들을 통제할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는 민주노총의 의사만을 대변할 수는 없다”며 “국회가 민주노총의 요구와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정한다고 해서 국회 앞에서 시위하고, 그 과정에서 폭력행위를 주도한 것은 대의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해가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폭력집회는 정당한 의사표현 수단이 될 수 없지만 노동자의 생활과 직접 연관된 최저임금, 탄력근로제와 관련해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 “이번 판결은 법이 얼마나 노동자에게 가혹하며 사법 개혁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임원 폭행 혐의로 기소된 유성기업 노조원들과 불법집회 주도 혐의로 기소된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법정구속된 사례를 거론하고 “법원은 잇따라 노동자에게는 한없이 가혹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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