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추락하는 인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긴급조치가 필요하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6년 만에 최악의 경제성적표를 받아 든 인도는 부양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는 있지만 불안한 물가 때문에 섣불리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IMF는 23일(현지시간) 연례검토를 통해 소비·투자·세수 감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인도 경제에 제동을 걸고 있다면서 타개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라닐 살가도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은 “경기침체를 해소하고 인도를 고성장의 길로 되돌리려면 시급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경기침체가 이어질 경우 인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도 정부는 금융권의 건전성 회복 등 경제개혁 과제에 새 힘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무역전쟁의 여파로 인도 상품 수출은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수출감소는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지출 하락으로 이어지며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인도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2·4분기 전년동기 대비 8.0%를 찍은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고 올 3·4분기에는 4.5%까지 추락하며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도 경제가 후퇴하자 IMF는 지난 10월 인도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3%에서 6.1%로 대폭 끌어내렸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7.5%에서 7.0%로 낮춰잡았다. 인도 중앙은행 역시 소비둔화와 제조업 위축을 우려하며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성장률 전망을 6.1%에서 5%로 하향 조정했다.
인도 당국은 올 들어 내수와 개인투자를 되살려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며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35%포인트 인하했다. 올해 6.50%에서 출발한 기준금리는 2·4·6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8월 0.35%포인트, 10월에는 다시 0.25%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높은 물가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에는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가뭄과 폭우로 주요 식재료인 양파 가격이 폭등하면서 지난달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약 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인도 중앙은행이 이달 5일 추가 인하를 전망한 시장 전망을 뒤집고 기준금리를 5.15%로 동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시 인도 중앙은행은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만 성장과 인플레이션 모두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를 잠시 멈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슬람교도들의 시민권법 개정안 반대시위가 한달째 이어지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개정안에는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인도로 온 이민자들에게 시민권 신청 자격을 주면서 이슬람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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