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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여성인력이 곧 미래 성장동력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





20년도 더 된 일이다. 필자가 변호사로 활동하던 때 유치원에 다니던 큰 아이가 점심 무렵 하원하고 나면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다. 고심 끝에 사무실 한편에 놀이방을 만들어놓고 근무시간 동안 아이가 지내도록 한 적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현재의 ‘직장 내 어린이집’을 자체 구축한 셈이지만, 당시 대부분의 직장 여성은 출산과 동시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많은 여성이 경력단절에 신음하고 심지어 출산과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산 가능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 유일의 출산율 ‘0명대’ 국가다. 동시에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초저출산·초고령화 현상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고용과 생산은 물론 소비·투자 등을 위축시켜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노동 인구의 감소가 2020년대부터 경제 성장률 하락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인력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해외인력 유입이나 고령자 노동참여 증가로 즉각적인 노동력 증대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여성 고용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지속적인 성장률 제고를 담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은 20대 중후반에 취업해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던 여성이 30대에 결혼·임신·출산·육아 등의 경력단절로 고용이 감소했다가 40대에 재취업으로 다시 증가하는 M자형 곡선 형태를 보인다. 여성의 일·생활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정부는 그동안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대상으로 사후약방문식 취업지원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경력단절 여성이 재취업할 수 있는 직종은 매우 한정돼 있다. 여성의 지속적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경력단절을 사전에 예방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력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경력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 시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했다. 늦게나마 경력단절이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예방에 관한 시책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경력단절 여성뿐만 아니라, 이미 일하고 있는 여성들이 일이냐 가정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별 생애주기를 통해 돌봄-취업-경력개발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여성의 역할을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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