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와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 등에서 일하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을 근로자로 인정할지를 두고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재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은 업무위탁계약 형태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전통적인 노사 간 근로계약에 기반한 근로기준법 잣대를 들이밀면서 플랫폼 업체를 중심으로 ‘공유 경제’ 모델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노동법에 일종의 ‘회색지대’를 만들어 플랫폼 종사자 보호와 플랫폼 기업 육성 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도록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 안팎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내법에 ‘플랫폼 노동’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조항 혹은 플랫폼 노동 종사자를 보호하도록 명문화한 규정은 없다.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행 법 체계에서는 제한적으로 산재보험법령상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이 지난 2006년 내놓은 판례가 있어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주요 기준은 업무수행 과정의 지휘감독 여부, 취업규칙의 존재, 근무시간 및 장소 지정, 기본급·고정급 지급 여부, 전속성 등이다. 검찰이 불법영업 혐의로 기소한 ‘타다’의 경우 공소장에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가 운전자들의 출퇴근 시간과 휴식시간을 실질적으로 관리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근로자로 인정한 배달 앱 ‘요기요’ 배달원들의 경우 회사 근무시간·장소를 정해주고 임금을 시급 형태로 지급한 점이 지적됐다. 요기요 측은 프리랜서 지위가 유지되도록 수당을 건별로 지급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달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요기요 외 상당수 배달대행 업체가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사실상의 지휘 감독을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관계법 체계의 손질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긱 이코노미(임시직·계약직 중심 경제)’ 산업의 후퇴를 우려하기도 한다.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플랫폼 경제하에서 계약관계 또는 고용관계는 일시적·간헐적이라 사용자 식별이 어렵고 플랫폼 노동자의 정체성도 모호하다”며 “일시적·간헐적 노동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노사관계와 노동법 제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9월 플랫폼 노동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AB-5’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독립적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사업자가 특정 기업의 일상적인 사업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다면 독립적 계약업자가 아닌 직원으로 봐야 한다. 이 경우 최저임금·실업보험·산재보상 등을 받을 수 있으나, 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는 비용 부담이 늘어 사업모델에 직접 타격을 준다는 우려도 크다.
/세종=박준호기자 변재현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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