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영남권과 서울 강남 3구 등을 지역구로 한 3선 이상 의원들은 용퇴하든지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당 현역 의원 중에서 중진 용퇴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당 쇄신을 요구한 첫 사례다. 한국당 초선 의원들도 7일 공개 모임을 열고 당 쇄신을 촉구하기로 했다. ‘공관병 갑질’에 이어 ‘삼청교육대’ 발언으로 논란을 키운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을 추진한 지도부에 대한 당내 불만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인재(人災)가 된 인재 영입 논란의 중심인 박 전 대장은 여전히 한국당 소속으로 총선에 등판하겠다는 입장이고, 황교안 대표도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사태가 단시간에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대표를 향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본인 스스로 어려운 험지 (출마)를 한다든가,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당 대표가 되레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데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이다. 김 의원의 공개 비판에 초선 의원들도 당 쇄신 요구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양수 한국당 의원은 “김태흠 전 최고위원이 의미심장한 기자회견을 했다”면서 “당과 나라의 운명을 가를 총선과 관련해 7일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 등 당내 초선 의원들은 이날 공개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쇄신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한국당이 전날 발표한 총선기획단 역시 친박과 영남권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총선기획단 인선을 보니 섬뜩하다. 강경파·온건파, 주류·비주류, 청년·여성 등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며 “한국당도 지지층만 바라보는 폐쇄적인 모습을 탈피해 달라져야 한다. 다름을 반기며 중간으로 성큼성큼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도 “몇 사람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도부는 지도부대로 체계에 따라서 또 당원들이 의사결정에 좀 참여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정당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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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논란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박 전 대장은 한국당 소속으로 총선에서 뛰겠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뜻을 펼치기에는 (우리공화당이 아닌) 한국당이 더 적합하다”며 “한국당에서 내년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당의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는 김세연 여의도연구원 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대장은) 비례대표뿐 아니라 지역구 공천을 해서도 안 된다”며 “당 지도부가 이 사안을 조속히 종식시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신상진 의원도 가세했다. 신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인재 영입이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처음하는 것이라서 상당히 미숙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며 황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나서 “(박 전 대장이) 국민 공감능력이 좀 떨어지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박 전 대장 영입을 철회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모호한 입장을 이어갔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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