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찰 특수부(특별수사부) 축소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가운데 비리·부패범죄 대응역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특별수사 인력을 대폭 줄인 상태였는데 추가로 특수부가 축소된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행하던 반부패수사 역량을 보완하기 위한 별다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단 감축부터 진행한 것은 졸속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1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의 인지수사 건수는 지난 2016년 1만3,581건에서 지난해 8,568건으로 37% 줄었다. 인지수사에 착수하기 전 단계인 내사사건의 경우도 같은 기간 813건에서 502건으로 역시 38% 줄었다. 이는 문 전 총장이 지난해 검찰의 특별수사를 포함한 직접수사 총량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창원지검·울산지검의 특수부를 폐지하고 41개청의 특별수사 전담 검사도 없앤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이 같은 인지수사·내사사건 건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수부를 서울·인천·수원·대전·대구·광주·부산 등 7개청 가운데 서울·대구·광주 3개청에만 남기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기 때문이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놓은 검찰개혁 방안을 법무부가 받아들여 개정을 완료한 것이다. 이에 따라 4개청의 특수부는 경찰에서 송치되는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로 전환된다. 해당 특수부 검사들은 20여명에 달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권력형 비리나 대형 경제범죄에 대한 대응역량이 얼마나 줄어든 것인지, 이를 어떤 식으로 보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법무부도 대검도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법무부는 개정안에 대해 입법예고도 생략했다. 경찰의 특별수사 조직인 중대범죄수사과 인력 확대와 같은 범부처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 출범에 기약이 없다.
따라서 각종 비리·부패 범죄에 대한 수사가 지연되거나 아예 묻히는 게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특수부가 주로 하던 부패·경제·공직자범죄를 앞으로 어디서 하냐고 묻자 윤 총장은 “효율은 좀 떨어지더래도 검찰이 꼭 해야 하면 형사부에서 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반부패수사역량 감소 우려가 있음을 인정했다.
인지수사를 통한 공무원 범죄의 적발 건수는 이미 줄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직무 관련 공무원 범죄와 관련해 인지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563건을 입건해 총 123건 기소했는데, 전년 동기에는 806건을 입건해 234건 기소했다. 1년 새 접수는 30%, 기소는 47% 줄어든 것이다. 그 사이 비리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면 직접수사 감축 영향으로 범죄가 암수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성명을 내 검찰 직접수사 축소에 대해 “작금의 범죄 현실을 외면하는 억지 주장이며 해당 범죄를 방치하겠다고 선언하는 셈”이라며 비판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비리나 부패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은 그만한 권한을 가진 사람들인데 그들에 대한 수사역량이 줄어든 것”이라며 “특별수사 인력 축소는 이러한 범죄의 발각 가능성은 물론이고 수사 강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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