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국제 외교 무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양자 정상회담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29일 일본의 극우 성향 언론으로 꼽히는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징용 배상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건설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한일정상 회담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아울러 산케이는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사태를 일방적으로 만든 한국 측의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라며 9월 유엔총회 등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더라도 현 상태로는 한일 정상 간에 직접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 역시 “볼(공)은 한국 측에 있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날 수 있는 주요 국제회의로는 9월 하순의 유엔 총회, 10월 31일~11월 4일 태국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담, 11월 16~17일 칠레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있다. 아베 총리는 이미 지난 6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한국이 요구했던 정상회담을 거부한 바 있다. 산케이는 외무성 관계를 인용한 보도를 통해 연내에 중국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여는 방향으로 조율이 진행 중이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한 여파로 구체적인 일정 협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에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자 지난 4일부터 불화수소 등 한국 기업의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또 이르면 내달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수출규제 상의 우대조치를 적용하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내용을 의결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조치가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명백한 경제보복이라고 비판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추진하는 중이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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